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친구의 새로운 시작

by 루키트

지난 토요일, 오랜 친구가 결혼을 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가족까지 익숙해진 사이였기에, 그의 결혼식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의 집들이에 초대받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결혼식 준비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친구는 아직 결혼식 사회를 맡을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고, 저는 순간적으로 “내가 사회 봐줄까?”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친구는 기뻐했지만, 예비신부는 조금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어서 그래. 사회 한 번 보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무것도 안 챙겨줘도 괜찮아. 그저 너희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야” 제 진심 어린 말을 들은 신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저는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신랑 친구가 아닌 사회자로 예식장에 도착하니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사회자석에 앉아 대본을 꺼냈습니다. ‘실수하지 말자. 웃으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 마음을 다잡고 무대 위에 섰습니다. 다행히 진행은 순조로웠고, 혼인서약을 읽는 친구의 목소리가 살짝 떨릴 때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예식을 무사히 마친 후, 피로연장에서 친구와 마주쳤습니다. 그때 친구의 신부가 제 손을 꼭 잡으며 “오빠 정말 고마워요! 사회 너무 잘 봐줘서 기분 좋게 결혼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도와주고 싶어서 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들으니 제가 더 고마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결혼식 사회라는 역할은 단순히 마이크를 잡고 순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지켜보고, 누구보다 진심을 담아 축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나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한마디나 작은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관계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요?


"누군가의 시작을 축복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이생에도 오래 머문다"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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