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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서 택한 두 가지 리액션

by 루키트

운전을 할 때, 저만의 작은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예의 바르게 운전하는 차량을 보면 오른손으로 ‘엄지 척’을 해보이고, 무리한 끼어들기나 난폭운전을 마주하면 슬며시 ‘총 모양’을 만들어 겨눕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창밖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조용한 리액션이에요.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몸짓이지만, 저에게는 제법 의미가 있는 습관입니다.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땐, 급정거나 끼어들기를 당하면 저도 모르게 비속어가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어쩌면 그 말들이 감정을 조금은 덜어내주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매번 그런 장면을 지나고 나면 마음이 찝찝하고, 기분이 오히려 더 나빠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의 모습을, 혹시 내가 닮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그 즈음 우연히 본 방송에서 신동엽 님이 소개하신 운전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그 내용이 저에게 또 다른 생각의 전환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비속어를 내뱉는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말들이 제 귀에만 오래 남아, 저 스스로의 기분을 더 망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을 차라리 웃으며 넘기는 쪽이 더 낫겠다는 걸, 그때 조금씩 배워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엄지 척’과 ‘총손’ 습관은, 지금도 저만의 감정 조절법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제스처일지 모르지만, 이런 작은 태도가 하루를 조금 더 가볍고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나의 반응을 다스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가볍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분노는 결국

나 자신에게 독이 된다"

- 불교 경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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