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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새로운 불편함을 낳았다

by 루키트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객실 안은 비교적 조용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에 집중했고, 누군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지요. 그 평온함 속에서, 뒤쪽 객실칸에서 들려오는 통화 소리가 서서히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기차라는 공간의 특성상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통화는 점점 길어졌고, 목소리는 줄어들 기미 없이 오히려 더 뚜렷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객실 안 사람들의 표정에도 서서히 불편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30분이 가까워졌습니다. ‘말을 해야 하나, 그냥 넘길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통화 중이던 아주머니께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줌마, 좀 조용히 해요! 시끄러워요!” 다소 날카로운 말투였지만, 그 말에 아주머니는 놀란 듯 급히 목소리를 낮추셨고, 통화는 조금 더 이어지다 조용히 끝났습니다. 상황은 정리됐지만, 객실 안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말한 분도 틀린 이야기를 하신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표현의 방식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만약 조금 더 부드럽게, “죄송한데, 목소리가 조금 크신 것 같아요. 혹시 살짝만 낮춰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조용함은 되찾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한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이라는 건 참 묘합니다. 날카로운 칼처럼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덮어주기도 하지요.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누는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며, 불편한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다정하게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부드럽게 흐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다"

- 영국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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