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느 봄날,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신호등을 건너던 그 순간은 참 평범하고도 소중한 하루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신호를 건넌 직후, 등 뒤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들려왔습니다.
"야이 새X야!!!"
놀라 돌아보니, 한 남성이 격분한 표정으로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너네 그 새X들이지! 유튜브 본 놈들!"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얼떨결에 설명을 들었고, 그는 어떤 유튜버의 몰래카메라 영상에 여자친구와 함께 등장한 이후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횡단보도에서 웃던 모습을 보고 자신을 비웃는다고 오해했던 겁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영상도, 그 사람도, 그 상황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오해라고 설명드렸지만, 그의 감정은 이미 폭주하고 있었고, 결국 경찰을 부르게 되었죠. 경찰은 조용히 “지금은 자리를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남성은 끝까지 우리를 향해 “쟤네 비웃었잖아!”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또렷합니다. 억울한 감정도 있었지만, 마음에 오래 남은 건 ‘씁쓸함’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장난이었을지 모를 영상이, 어떤 이에게는 삶 전체를 흔들 만큼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웃음을 주기 위한 콘텐츠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는 울고 있었던 거죠.
카메라 뒤에서 웃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카메라 앞에서 삶이 무너지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날의 봄 햇살만큼 따뜻했던 기억이, 갑작스러운 고함으로 얼어붙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속에 담긴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머는 누군가를 웃길 수도 있지만,
동시에 찌를 수도 있다"
- 찰리 채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