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라서 내일 연락드릴게요

by 루키트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동료 직원이 설계 업무 중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는데요, 담당자에게 "계산을 위해 OO 자료가 필요한데,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라고 전달했다고 합니다. 보통이라면 "바로 전달드릴게요" 혹은 "조금 있다 공유드릴게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하죠.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저 재택근무라서 내일 연락드릴게요"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직원도,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저도 잠시 멍해졌습니다. 재택근무 중이라서 업무 응답이 어렵다는 말은, 회사 정책과는 어긋나는 태도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것일 뿐, 분명 '근무'의 연장선에 있어야 하니까요. 물리적인 장소만 달라졌을 뿐, 동일한 성실함과 책임감을 전제로 한 제도인데 말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시의 응답은 마치 재택근무가 ‘업무 제외일’처럼 여겨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유연한 근무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사회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같은 수준의 책임감도 요구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는 원칙이 그 밑바탕에 있어야겠지요.


이런 사례는 자칫 제도의 본래 취지를 흐리고, 팀 단위 협업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단 한 문장의 태도가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모든 상황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과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물리적으로 떨어진 환경일수록 더 명확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 응답, 한 줄의 메시지가 팀워크를 지키고 서로 간의 믿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라며.


"집에서도 전문가처럼 행동하라.

장소보다 중요한건 태도다"

- 사이먼 시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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