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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거나 추운 날에도, 아버지는 놀이를 하고 계셨다

by 루키트

아버지께서 정년퇴직하신 지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오랜 직장생활을 마친 후 집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셨는데요, 어느 날 문득 “집에만 있으니 심심해서 못 살겠다”며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단번에 취득하신 아버지. 처음엔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덥고 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조금 더 쉬셔도 괜찮지 않아요 아부지?” 그렇게 여쭤봤더니, 아버지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띠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집에서 배만 벅벅 긁고 있으니까 뱃가죽이 다 벗겨진다, 인마.”


그렇게 시작하신 조경 일이 벌써 3년이 넘었고, 해마다 여름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더 자주 납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실 모습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쓰이고 걱정도 되더라고요. 얼마 전,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부지, 요즘 날씨 너무 더운데 괜찮으세요? 안 그래도 아부지 마르셨는데, 살 더 빠지면 뼈만 남것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괜찮다. 소주 몇 잔 하면 금방 괜찮아지더라. 아빠는 이거 일 아니다.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놀이지, 자슥아”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지만, 동시에 마음이 참 뭉클했습니다. 덥고 힘든 일임에도 불평 대신 ‘이건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말씀하시는 그 태도에서, 저는 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같은 일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고단하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놀이처럼 즐기죠. 아버지처럼 뜨거운 햇볕 아래서 일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도 말입니다.


결국 우리를 지치게도 하고 단단하게도 만드는 건, 마음가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의 그 말씀 덕분에 저도 다짐해 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놀이처럼 즐기며, 스트레스보다는 재미를 찾고, 불평보다는 감사함을 갖는 사람이 되어보자고요.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진다면, 잠시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일 아니다. 놀이다” 그 짧은 한마디가 생각보다 꽤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요.


"성공의 비결은

일을 놀이처럼 여기는데 있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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