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업무 자세로 여겼던 상무님

by 루키트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인상 깊은 상무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야근을 해야 진짜 일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신 분이었고, 회식 장소도 늘 ‘무한 리필집’을 강조하시곤 했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던 신입사원 시절의 저는,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거의 매일 야근을 했습니다. 빨리 배우고, 퍼포먼스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지나며 업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서는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 만큼 일의 속도와 방식이 안정되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며 제 시간을 온전히 사용했죠.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께서 조심스럽게 제게 물으셨습니다. “혹시 퇴근하고 무슨 일 있어?”. “아뇨, 별일 없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라는 답변에, 팀장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상무님께서 요즘 신입사원들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집에 무슨 일 있는가 싶어서..”


그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주어진 일을 마치고 퇴근했을 뿐인데, 왜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을까. 여전히 ‘야근 =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던 그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나의 시간은 어떻게 쓰고 있는가?"


물론 회사에 대한 충실함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충실함에 내 건강이나 인간관계, 삶의 균형을 희생하면서 유지해야 하는 걸까 싶더군요.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고, 정시에 퇴근한다고 해서 책임감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을 제 삶을 위해 사용하는 것 역시 성실함의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기에.


‘좋은 직장인’이 되기 이전에, ‘지속 가능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이 먼저이기에.

회사에서의 시간만큼이나 퇴근 후의 시간도 삶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조각이기에.


"일은 삶을 위한 수단이지,

삶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아리아나 허핑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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