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고생한 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표창을 수여하는 자리. 그때도 긴 훈련이 이어졌고, 모두가 각자의 임무에 집중하느라 지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묘한 고요함이 감돌던 시간이었어요.
훈련이 마무리될 즈음, 책임 간부님이 각 파트 장들을 차례로 불러 표창 대상자를 추천하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파트들은 자연스럽게 추천을 이어갔지만, 제 차례가 되었을 때 간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너네 부분은 안 줘도 되지 않나?” 그 말에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표창을 받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그 말 한마디는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아프게 했습니다.
후방 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파트의 수고가 너무 쉽게 지나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표창이라는 외적인 보상보다는, 우리의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던 것이죠. 사람들은 보통 눈에 띄는 성과나 화려한 결과에 집중하지만, 무대 뒤에서 조명과 소품을 준비하고 소리를 다듬는 사람들도 반드시 있어야 공연은 완성됩니다. 군 생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방에서 뛰는 인력 못지않게, 후방에서 묵묵히 물자와 장비를 관리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훈련은 무사히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맡은 일을 해내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을요. 살아가면서 종종 나의 노력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나를 빛나게 하는 건 결국 내가 해낸 노력이고, 누군가의 무대가 완성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리였다고 생각하며.
혹시 지금 당신이 외롭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수고하고 계시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자리는 분명 누군가에게 소중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오늘도 그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결국 당신을 빛나게 한다"
- 존 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