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 전화를 드렸습니다. 날씨가 부쩍 더워진 요즘, 건강은 괜찮으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할머니의 건강보다 제 안부부터 먼저 물으셨어요. “밥은 묵었나?”, “날 더운데 너무 밖에 돌아댕기지 말고.” 짧은 인사 한마디에도 걱정이 가득 담긴 말투에서, 저를 먼저 생각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괜히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여쭤봤습니다. “할머니, 저는 할머니한테 어떤 손주예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뭐긴 뭐야, 외손주지. 니가 그럼 친손주냐?” 하시더군요.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기대했던 대답은 아니었기에 다시 여쭤봤습니다. “그런 거 말고요~ 착한 손주다, 말썽쟁이다~ 그런 거요ㅎㅎ” 그러자 잠시 생각하시던 할머니는 이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손주는 제일 착하지. 외손주라도 친손주 같은 손주. 친구들 만나도 우리 손주 자랑밖에 안 해. 어여 밥 챙겨 먹고 쉬어. 날 더운데 밥 잘 먹어야 한다.”
전화를 끊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할머니의 말씀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밥 한 숟갈 한 숟갈이 마치 할머니의 사랑처럼 느껴졌달까요. 누군가를 향한 진심은 꼭 화려한 표현이 아니어도,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외손주라도 친손주 같은 손주’라는 말 속엔, 단순한 농담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에서 할머니가 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사랑은 결국,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보다 얼마나 마음을 주고 있느냐에서 비롯된다는 걸 되새기게 됩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와의 마음이 조금 멀어졌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짧은 통화 속에,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따뜻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족이란,
삶이라는 정글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안식처다"
- 크리스토퍼 라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