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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기억 속, 나는 어떤 아들일까

by 루키트

얼마 전 주말, 아버지와 통화를 하다가 예전에 할머니께 드렸던 질문이 떠올라, 아버지께도 여쭤보았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한테 어떤 아들이에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버지께서는 잠시 웃으시더니 이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아들이기는, 임마. 베스트 아들이지. 남들이랑 비교할 것도 없는 아빠 최고의 작품이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땐 제가 속도 썩이고, 말썽도 부리고... 그런 기억은 없으세요?" “그런 거 없었다. 혹여나 있었어도 지나간 시간에 집착해서 뭐 하겠노. 그냥 지금 주어진 삶 열심히 살아가야지.” 아버지의 그 담담한 말씀이, 제 마음 깊숙한 곳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나간 시간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 있는 그대로 믿고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 그 모든 게 참 아버지다웠습니다.


“역시 아버지한테 매번 배웁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아버지께서는 웃으며 덧붙이셨습니다. “짜식, 다음에 부산 오면 골프로 혼내주꾸마. 어여 밥 챙겨묵고 쉬라.” 지금 생각해보면 철없고 서툰 모습도 분명 많았는데, 아버지께서는 그런 기억보다는 제가 잘했던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조만간 본가에 내려가서, 아버지께 좋아하시는 음식과 함께 고급진 ‘연료’도 대접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시던 것처럼, 지나간 일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자식으로서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이자, 부모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그런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그런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조용히 다짐해봅니다.


P.S.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아버지는

백 명의 교사보다 낫다"

- 조지 허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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