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지막 예비군 훈련이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진 않았지만, 어쩐지 묘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이번 훈련에는 상반기 때 뵈었던 지원 교관님 대신 다른 분이 오셨는데, 훈련 중 잠시 여유가 생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군 생활을 어디서 하셨는지, 어떻게 예비군 업무를 맡게 되셨는지,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지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양주에서 근무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교관님께서도 "나도 양주에서 근무했었다"고 말씀하시며 반가워하셨습니다. 게다가 같은 경상도 출신이라는 공통점까지 발견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낯선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공감을 나누며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훈련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지원 교관님께서 복귀를 앞두고 제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소대장! 오늘 처음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대화하면서 느낀 건데, 군 생활할 때도 간부나 병사 할 것 없이 두루 잘 지내셨을 것 같아요. 사회에서도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함께 훈련을 마무리한 동대장님께서도 "상반기랑 오늘 훈련에서 소대장이 혼자 인원 통솔한다고 진짜 고생 많았어! 나는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있으니까 언제든 놀러 와. 오면 반갑게 맞이해줄게!"라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분들의 말 속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훈련에 임했던 제 모습을 보고, 그분들께 제 진심이 어느 정도 전해졌기에 그런 따뜻한 말을 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누군가의 마음에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답게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좋은 사람일 수 있으니.
"누군가가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이,
결국 당신의 인생입니다"
- 칼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