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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니, 저는 엄니한테 어떤 아들이에요?

by 루키트

요즘 가족에게 하나씩 묻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아들(손주)인가요?”. 최근엔 어머니와 통화하던 중, 조심스럽게 그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엄니, 저는 엄니한테 어떤 아들이에요?”.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니? 내하고 합이 맞는 유일한 이 씨 집안. 안방에 있는 사람은 잘 안 맞어~”. 그 센스 있는 말씀 덕분에, 전화기 너머로 저도 웃음을 머금게 되었습니다.


“아니~ 고거는 저도 잘 알죠 ㅎㅎ 그런 거 말고, 진지하게는 없어요?”. 제가 그렇게 되묻자, 어머니께선 잠시 생각해보시더니 얼마 전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꺼내셨습니다. “얼마 전에 아빠가 친구 아들한테 누나 소개해 줄까 하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욕 먹을일 있냐!' 했지” “엥? 친구 아들이 별로였어요?” “아니~ 반대지~ 니네 누이 ^^ 니는 누구한테 소개해줘도 고맙다고 절 받을건데, 누나는 좀 어렵지 않냐고 얘기하면서 아빠랑 깔깔 웃었다.”. 그 말에 저도 덩달아 웃었고, 대화 끝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나는 어딜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아들이구나’. 살다 보면 때때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곤 합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그럴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가족의 말 한마디가 참 큰 위로가 됩니다.


혹시 요즘 스스로가 작게 느껴지고 지쳐 계신 분이 있다면, 가족에게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어떤 사람이야?”. 돌아오는 답변속에 담긴 용기와 진심이, 우리가 잊고 지낸 ‘존재의 의미’를 부드럽게 일깨워 줄지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따뜻한 대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P.S. 부모님의 농담 스타일이 그러신 거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제 친누나는

어딜 내어놔도 부끄럽지 않은, 사랑하는 누나입니다 :)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할 땐,

당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눈을 보라"

- 미치 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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