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제 외할머니입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다 보니 함께한 기억들이 참 많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맞벌이를 하셨던 터라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늘 할머니가 마중 나와 계셨죠.
제 유치원 시절 기억은 흐릿하지만, 할머니께서는 또렷하게 기억하시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버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내리는 저를 보신 할머니는 한참을 웃으셨다고 해요. 이유는, 다섯 살이던 제가 친구들에게 “야! 우리 할머니야! 인사해!” 하고 힘껏 외쳤기 때문이죠. 그 모습을 본 선생님도, 할머니도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지금도 종종 꺼내십니다. 그리고 웃으며 말씀하시죠. “우리 손주가 할머니 자랑을 얼마나 했는데~ 그때 그 꼬맹이가 이렇게 커서 총각이 되뿟네~” 시간이 흐르면서 저에게는 흐려진 기억이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그때의 저를 기억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 기억 안에서 기쁨을 느끼고 계세요.
가끔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느라, 누군가를 자랑스러워할 시간조차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때 그 다섯 살 꼬마처럼, 지금의 저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자주, 더 따뜻하게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이 클 때가 아니라,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해야 하는 말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꺼내며,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소중한 누군가가 떠오르셨다면, 그 마음을 지금 바로 전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사랑은 말보다 행동으로,
기억보다 느낌으로 남는다"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