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며 하루의 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켰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정전 조심해야 한다.” 무더운 날씨 탓에 냉방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높은 전력 소모량으로 인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정전을 주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이, 그래도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정전이 쉽게 일어나겠어?”
그렇게 무심히 기사를 넘기고,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며 글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습니다. 키보드를 누르던 소리도, 더위를 달래주던 에어컨 소리도, 화장실 환풍기 소리도 모두 멈췄습니다. 정전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정전이 되었고,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와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를 가득 채우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교통이 마비된 듯 경찰차들이 경광등을 켜고 달렸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이 있었는지, 소방차들도 쉴 새 없이 움직이더군요.
창밖으로 마비된 듯한 동네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구나.’ 전기는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동반자였습니다. 없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소중함, 그게 바로 전기였죠. 그러면서 예전엔 어떻게 살았을까도 궁금해졌습니다. 해 질 무렵이면 등잔불 아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여름이면 바깥 그늘에서 부채질하며 이웃과 인사를 나눴을 그 시절의 풍경. 불편하고 느렸을지 몰라도, 그 안엔 나름의 질서와 따뜻함이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약 1시간 10분 정도의 소란 끝에 전기가 돌아왔고, 거리의 웅성임도, 사이렌 소리도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익숙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니 비로소 안심이 되더군요.
정전이라는 작은 사건 덕분에 불편함 속에서도 멈춰 생각하고,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선물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우리는 종종,
가장 감사해야 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 신시아 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