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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었던 낯선 일행의 힘빠지는 대화

by 루키트

강릉 여행 2일 차. 전날 마감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순두부찌개를 꼭 먹어보고 싶어, 오픈 시간에 맞춰 가게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7시 50분. 이미 많은 분들이 줄을 서 있었고, 저 역시 약 40분가량 기다린 끝에 예약을 마칠 수 있었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제 뒤에 있던 커플로 보이는 분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캐치 테이블로 예약할 수 있어!"

“아니, 앞에 줄 아직도 저만큼 남았는데 무슨 소리야.”


“강릉 왔으니까 저 빵집도 가보자.”

“빵집이 다 비슷비슷하지 뭐, 굳이 갈 필요 있어?”


“중앙시장에 누룽지 오징어순대도 있다는데?”

“그거 다른 데도 다 있잖아. 뭐 하러 힘들게 줄 서서 먹어.”


저는 그분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대화 속에서 묘하게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모두 부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말을 쉽게 잘라버린 적은 없었는지. 소중한 사람의 제안을 들었을 때, “굳이?”, “그게 뭐가 좋아?” 같은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도 상대방과 함께 즐기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데, 그 마음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작은 말 한마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을 통해 조심스레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내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말에는 따뜻하게 답하자고요. “좋네”, “재미있겠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관계를 지켜주고,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소중한 사람의 제안을 들었을 때, ‘굳이?’가 아니라 ‘좋아, 같이 해보자’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마음이 지치거나 예민한 순간이 오더라도, 상대의 말에 긍정적으로 답해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대답 하나가 서로의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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