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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마주한 한 가족, 그리고 내 마음속 울림

by 루키트

다들 즐겁고 안전한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 연휴를 맞아 강릉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연휴라 차가 막힐 것을 걱정해 이른 새벽 5시 30분에 출발했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는 내내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었죠. 무려 6시간이 넘는 운전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강릉의 푸른 바다를 보니 피곤함은 바람처럼 날아갔습니다. 파도 소리와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기분이었어요.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순두부를 주문하고 여행 일정을 정리하고 있을 때, 맞은편 테이블의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로 보이는 세 식구가 함께 여행을 온 듯했어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다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참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시작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그 가족을 바라본 순간, 조금 의외의 장면이 보였습니다. 부모님은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아들은 이어폰을 낀 채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어릴 적 식사 시간만큼은 온전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배웠습니다. 밥상머리에서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표정을 살피는 시간이었죠. 그래서인지 눈앞의 장면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요즘은 가족 간의 소통 방식이 다양해졌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지만, 한 끼의 식사에서조차 대화가 사라지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아쉬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잠시라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고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더 소중한 건 아닐까 하고요. 휴대폰 속 세상도 중요하지만,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오늘 하루, 단 한 끼라도 좋으니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불과 10분일지라도,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고 웃는 순간은 사진보다 오래,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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