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을 마주한 저녁, 배운 한 가지

by 루키트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차 안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운전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정지선 앞에 차를 멈췄습니다. 초록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흥얼거리던 중, 갑자기 뒤에서 강한 불빛이 번쩍였습니다. 뒤 차량이 하이빔을 켠 것이었죠. 순간적으로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멈춰 있던 차선은 직진과 우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차선이었는데, 아마도 뒤차는 우회전을 하려다 제가 막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지선을 넘어 비켜주다가 단속될 수도 있고, 사실 제가 비켜줄 의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길게 켜지는 하이빔. 그 순간 마음속에서 짜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꾹 참고 무시하며 초록불을 기다렸습니다.


신호가 바뀐 후에 출발했는데, 뒤차는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부터 점점 멀어질 때까지 하이빔을 계속 켜고 있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고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곧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화장실이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억지로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더군요. 사실 차 안에서 제가 표정을 찡그리고 짜증을 낸다고 해서 뒤차 운전자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제 기분만 더 상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며 집으로 향했고, 한 가지 결심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직진해야 할 때는 가급적 동시 차선은 이용하지 말자고요. 내가 옳다고 해서 꼭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운전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별일 아닌 작은 상황도 운전대 위에서는 금세 감정이 증폭되곤 하니까요. 그래서 더욱 중요한 건 결국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뒤차의 태도는 불편했지만, 그 순간 제가 선택한 생각 하나가 나머지 시간을 무겁게 만들지 않게 해줬으니까요.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태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을 해석하는 태도는 분명 제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좋은 쪽으로 해석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하루를 망치지 않을 수 있더군요.


“세상은 당신이 보는 대로 존재한다.”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하루도 달라집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행동에 마음이 흔들릴 때, 억지로라도 좋은 쪽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생각의 전환이 우리 삶을 더 가볍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기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발이 실패했을 때, 팀장님이 건넨 뜻밖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