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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혹한기, 마주한 불합리한 명령(1)

루키트의 일상생활

by 루키트

2019년 6월 전역을 앞두고, 1월에 마지막 혹한기 훈련을 받았습니다. (저는 육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소대장 직책을 수행했습니다). 매번 하는 훈련이었지만 강추위 속 텐트에서 자는 것은 마지막 훈련이었음에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속한 A중대B중대가 대대로 함께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훈련장에 도착한 첫날, 텐트를 치고, 물자를 배분하는 등 각종 훈련 준비를 하느라 자정을 넘어서야 취침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 둘째 날 아침,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제설 작업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A중대를 인솔해 할당된 구역의 제설을 완료하고 막사로 복귀하려는 찰나, 상관 과장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OO아, 저기 구역도 가서 애들 데리고 제설 좀 해." 저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제가 인솔한 A중대 인원들은 할당된 구역의 제설을 완료했는데, B중대가 해야 하는 구역을 A중대 인원들에게 맡기라고?


"과장님, B중대 인원들은 제설 안 하고 뭐 하고 있습니까?" 제 질문을 들은 과장님은 "B중대 인원들 어제 늦게까지 텐트 쳤잖아. 너네가 대신 좀 해줘."라고 답하셨습니다.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A중대 인원들은 훈련을 오기 1주일 전부터 텐트를 치는 연습을 계속 반복했는데, B중대 인원들은 연습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훈련장에 와서 텐트를 치고 훈련을 위한 정비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불합리하다는 마음에 과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애들은 할당된 구역 제설을 완료했습니다. B중대 간부와 인원들이 제설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과장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너네가 할 수도 있는 건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지?"라고 말씀하셨고, 대화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편에서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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