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그렇게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족함을 크게 느낄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한 후 첫 방학을 맞아 본가에 내려갔고, 어머니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백화점 구경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함께하며, 대학생활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날 저녁, 어머니와 함께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중 어머니께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항상 너랑 누나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다른 집 아이들은 좋은 옷 입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었을 텐데, 엄마는 그런 걸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과거에 충분히 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놀랐지만, 이내 이렇게 대답드렸습니다. "엄니, 그때는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학생 때 공부할 환경을 마련해 주셨으니 지금 대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는 거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세요."
제가 드린 말에 어머니께서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고, 저는 어머니를 살며시 안아드렸습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비록 마음처럼 다 해줄 수 없더라도, 부모님의 사랑은 늘 충분하고 넘칩니다. 먹을 반찬은 부족하지 않냐며, 먹고 싶은 게 없냐고 전화를 걸어 물어봐 주시는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무생채가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얼른 준비해 보내 주시겠다고 하시며 전화를 하는 동안 어머니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들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멀리 지내는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조만간 본가에 내려가 어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안부를 전해야겠습니다. 멀리 있어도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히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할 수 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하다"
- 제임스 패드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