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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 명의 부모님이 있습니다

by 루키트


본가는 부산이며,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쭉 부산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진학 이후로는 윗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대학교는 수원에서 다녔고, 군 생활은 경기도 양주에서 했으며, 전역 후 취업 준비 역시 수원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거의 서울 사람이 다 된 것 같아 스스로도 웃음이 납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낼 때도 부모님 같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깃집의 사장님과 사모님은 언제나 배려 깊은 어른들이셨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아시고는 끼니때마다 밥 먹고 가라며 챙겨주시고, 동기들과 여행을 갈 때에는 고기와 김치를 잔뜩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군대를 갈 때는 조심히 다녀오라며 눈물을 보이셨고, 군 생활 중 휴가를 나가 찾아뵐 때는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해주셨습니다. 전역 후에도 수원에서 자취하며 취업 준비를 할 때 많은 의지를 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군 생활 중에는 스윗하면서도 시크한 반장님이 계셨습니다. 식사를 거르고 퇴근하려는 제게는 "밥 안 먹고 어디 가셔, 먹고 가자"고 권유해주시고, 당직 근무를 마치고 기운 없이 퇴근하는 제게는 김밥과 비타음료를 건네며 챙겨주셨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 기운 없는 모습에는 "우울할 때 맛있는 거 먹어야지, 가자"며 저녁을 함께하며 위로해주셨습니다. 이러한 든든한 반장님 덕분에 힘든 군 생활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수원에서의 부모님 같은 사장님 부부, 양주에서의 아버지 같은 반장님. 그분들은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찾아뵙는 소중한 어른들입니다.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취업난과 경기 불황 등 요즘 자주 들리는 어려운 이야기들 속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힘들게 나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비록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글로 힘을 실어주며 멀리서나마 응원할 수 있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의지가 되는 존재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성장에는 늘 누군가의 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지지는 우리의 용기가 되었다"

- 미셸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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