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할 때, 퇴근 후 친한 간부님과 함께 부대 근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가볍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10시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에도 출근해야 했기에 기분 좋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었죠.
어플을 통해 택시를 호출했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10여 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기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내리려는 찰나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사님이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입니다. 보통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이지만, 기사님은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으셨습니다. 혹시라도 이동 후에 결제 버튼을 눌러 요금을 더 받으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택시에서 내리려던 것을 멈추고 기사님께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기사님은 멋쩍게 웃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택시에서 내리며 기사님게 한 마디 건넸습니다. "기사님, 군인들 월급은 정말 적습니다. 조금 속상하네요."(제가 군 생활을 할 때, 당시 하사, 소위 등 저년차 간부들의 월급은 편의점 한 달아르바이트 보다 못했습니다). 이후 숙소에 돌아와 씻고서 쓸쓸한 마음으로 잠을 청셨습니다. 군인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했던 기사님께서 그런 행동을 보이셨다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어쩌면 기사님도 삶의 무게 속에서 그렇게 행동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배려와 이해가 서로를 더 따뜻하게 만들기에, 앞으로는 따뜻한 순간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나라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군인들이 더욱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존 F. 케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