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현지 직원에 대하여
현지직원이라고 하면 몇 몇 구체적 얼굴이 떠오른다. 특히 탄자니아 사무소 OO의 경우 당시 소장님께서 특별히 아끼시는 직원이기도 했고, 처음에는 간호사였으나 당시 소장님의 권유로 직업/학업을 병행하여 의사가 되었다. 사실 우리 기관을 떠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나 그는 떠나지 않고 10년 넘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기도 하고, 담당 부처 및 현지 파트너도 모두 그를 매우 신뢰하여 그를 통해 많은 일이 이루어진다. 사실상 한국인 파견직원들은 2~4년 만에 바뀌지만 그 직원 같은 경우는 사실상 기관의 얼굴로 현지에서 인식된다.
또 현지직원이라고 하면 가끔 전체 회의 때 실장님들 중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 출장 때 한국 파견직원들이 현지직원들에게 매우 고마워하던 기억, 때때로 과거 근무한 해외사무소 직원에게 선물을 챙겨주라는 선배들에 대한 기억도 함께 있다.
그리고 나도 파견지에서 함께 일하는 현지직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선배들이 왜 그렇게 현지직원들을 챙겼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생각보다 현지직원들과 한국인 파견직원들은 일만 하는 수직적 관계는 아니더라. 한국인 파견직원들의 정착을 도와주고, 주말이면 함께 놀러다니기도 하며 그들에게 언어를 배우기도 한다. 도너기관의 사업 파트너에 대한 정보나 성향, 그 나라에서 일을 하기 위해 불가분한 여러 이슈들, 시사, 뉴스 같은 것들은 모두 현지직원들을 통해 알게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절대적인 근무 시간은 한국인 파견직원들이 더 긴 경우가 많지만, 실제적으로 현지 업체, 정부, 연수생 등과 소통하며 일을 해내는 이들은 현지직원이다. 그런 직원들보다 한국인 직원들이 못해도 3~5배 정도의 급여를 더 받는다는 것은 어쩐지 어불성설인 것도 같다.
한편 한국 도너기관들은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현지직원들에 제공하는 정보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번역의 귀찮음 이슈도 있지만, 많은 경우 중요한 정보는 현지직원들에게 제공하지 않게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의도도 섞여있다고 본다. 비밀로 하는 경우가 (조직 문화일 수도 있지만) 꽤 있고, 현지에서의 갈등/소송 발생 확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 이것의 당연한 단점은, (특별히 더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현지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 자체가 굉장히 단편적이고 평면적이게 된다는 것이다. 현지직원들은 (어느정도 의도적으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 스스로도 이러한 한계를 느낀다. 현지직원들에게 “월급”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탄자니아 사무소의 OO를 통해 배웠다. 그들은 (아주 박봉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돈이 아닌 “성장”을 할 때 기뻐하고, 더 많은 것들을 해내고 싶어하는 존재가 된다.
만약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현지직원들이 못미덥고, 일처리가 꼼꼼하지 않아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한번쯤 그들을 탓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 먼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싶다(미래에 나도 그들 탓만 해대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 현지직원들이 이 기관에 무엇을 기대하고 입사했는지 들었는지, 이 일을 “왜” 하는지 추가적인 품을 들여 설명한 적이 있는지, 그들이 장/단기적으로 커리어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 지, 중요한 정보를 어느정도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는 건 아닌지, 사실은 내가 그들을 소모품이고 언제든 대체가능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