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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과장

단어의 뉘앙스도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이 중요합니다.

by 김 과장

지방출장을 갔다가 세종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아침에 받아본 보고서 사례가 생각나서 차에서 내리기전 서둘러 공유해 봅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 마다 그 뜻을 생각하며 사용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확신 없이 쓰는 말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쓰는 사람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거나, 별 의미 없는 말을 나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관련하여,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뉘앙스도 생각하며 적절한 단어를 골라 써야 합니다. 아래 예시는 오늘아침 저희 사무실 수습사무관께서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들어있던 몇가지 단어 사용 사례입니다.

1. 모금결과 '검사'를 거쳐 공개
=> 모금결과 '검증'을 거쳐 공개

통상 '검사'라는 단어는 '기술적 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본다' 정도의 뜻으로 사용되고 이해됩니다. '구강검사', '품질검사'처럼 말이죠. 모금결과를 검사한다는 표현은 그냥 들어도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입니다.

위 사례에서는 모금결과가 오류 없이 올바른지 일종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검증'이 보다 적절합니다.

2. 국민들의 관심을 '촉진'하고자
==>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자

'촉진하다'는 무언가를 더 빠르게 진행시키거나 활성화시키는 느낌을 줍니다. 물리적인 대상이 연상되며, 주로 정책, 경제, 개발 등과 같은 맥락에서 사용됩니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다', '기술 혁신을 촉진하다'처럼요.

'관심'이라는 단어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촉진하다' 대신 '높이다' 정도의 단어가 적절합니다. 수준이나 정도를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관심이나 인식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에 더 자주 사용됩니다. '국민의 관심을 높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다'가 그 예입니다.

3.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촉구
==>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당부

'촉구'는 강한 요구나 재촉의 뉘앙스가 큽니다. 주로 긴급하거나 강한 행동을 요구할 때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처럼요.

이처럼 '촉구'는 즉각적이거나 강력한 행동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사용되므로 사례에서 사용된 '지속적인 관심'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이라는 표현은 반대로 부드럽고 정중한 요청의 맥락에 더 잘 어울립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정중하게 요청한다는 뉘앙스를 갖는 '당부'라는 단어가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예: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실제 보고서에서 사용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보고서에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는 그 의미와 뉘앙스를 잘 따져가며 선택해야 합니다.

보고서는 나 혼자 보고 끝나는 일기가 아니라 좁게는 조직 내에서, 넓게는 국민들이 보고 이해토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의 뉘앙스가 중요합니다. 내가 아는 단어의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느끼는 단어의 느낌이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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