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01.
혼자 방에 누워 SNS 화면을 손가락으로 틱틱 올리다가
‘누군가를 추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끊임없이 기억하거나 깊숙이 묻어두거나.‘
라는 손글씨를 보고 아, 맞아 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나는 전자겠구나 했어.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는 끊임없이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팔로우되어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 중 유독 너의 이름만이
느낌표로 보이지 않을 그런 날.
사람들 사이로 눈이 마주쳤을 때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다정한 눈동자를 떠올리거나,
같이 걸을 때 닿아있던 어깨의 촉감이나 네 향기,
수화기 너머의 나지막한 목소리나 손을 마주 잡았던
짧은 순간들을 기억하며 싱겁게 웃지 않을 날을.
또 혼자 기대했던 마음이 실망으로 돌아서
너를 미워하면서도 너와의 대화나 메시지를
계속 곱씹지 않을 날도.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순간들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해.
방문이 벌컥 열린 것처럼, 손 쓸 새도 없이 들어온 마음에
묻어두었던 너와의 기억은 왜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다정하기만 할까.
02.
어쨌든 짝사랑이었어.
이 말이 전부를 의미했고
또 모든걸 무의미하게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