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라는 경계에서

나는 중간에 서 있는 사람

by 최승우

프롬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레지나 스펙터나 토리 에이모스처럼 다소 괴팍한 개성을 지닌 여성 뮤지션들이 종종 겹쳐지곤 한다. 특히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Feist)는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그녀 본인도 파이스트를 좋아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그녀의 음악도 좋아하고 라이프 스타일도 좋아한다. 물론 프롬의 음악은 파이스트처럼 음습하고 허무하지 않다. 파이스트가 있는 세계를 살짝 건드리는, 경계에 서 있는 정서라고 할까.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지만, 굳이 따르려는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말하는 ‘동경’이라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듯하다.


“너무 멋있는 거예요. 무슨 황야 같은 곳에 집 지어놓고 살면서, 양도 키우고, 혼자 악기 다루면서 녹음하고. 그래서 그런 감성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런 삶을 꿈꾸지만 힘들 거 같아요. 멋있다, 에서 끝나는 거죠. 막상 나한테 그렇게 살라고 해도 못 살 거예요. 일단 게을러서. 그리고 난 작업하려면 일단 사람을 써서 부려야 하니까.(웃음)”


옛날의 서정성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1집 때는 일부러 빈티지한 악기를 쓰고, 소리를 비틀어서 먹먹한 사운드를 만들려고 했다. 그 결과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세련된 독특한 질감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주위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을 보면, 특히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저는 젊은이들도 따라가지 못하고, 옛날 사람의 정서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사람 같아요.”


당신을 지금으로 이끌어준 강렬한 음악적 기억이 있었냐고 묻자, 그녀는 ‘동경’이라는 말을 다시 꺼냈다. 그림도 잘 그리는 편이었고,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다. 중학교 때는 연극부를 만들어서 직접 시나리오 쓰고 공연도 했고,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다. 그럼에도 음악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음악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멋있게 보였는지도 몰라요. 타고난 사람들에 대한 동경, 또는 그 삶에 대한 동경.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서 멜로디로 만드는 행위가 너무 오묘한 거예요. 음악이라는 건 형체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정신을 지배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났을 때 가장 강력한 향수로 작용하잖아요. 그렇게 음악이 일상에 스미는 게 좋아요. 일상의 조각을 공유하는 거잖아요. 내 노래도 그런 순간순간의 BGM이 됐으면 좋겠고.”


음악을 하면서 좀 더 나은 삶이 된 것 같은지, 동경하는 삶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는지 묻자, 스스로를 잘 정리해서 이상향으로 나아가는 타입이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한다.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자학하는 스타일이라고.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 만족을 언제 제일 크게 느낄까. 결과물이 나왔을 때? 무대에 섰을 때?


“오히려 작업을 하면서 더 느끼는 거 같아요. 숨소리 하나까지 일일이 편집하다 보면, 나는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하고 괴로워하면서도 행복한 이질적인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 삶에 치여 가지고 허망한 시간을 많이 보냈잖아요. 스트레스를 받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 월간 PAPER 2015년 5월호, 프롬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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