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

Before & After

by 최승우


“애기가 너무 귀여우면 깨물어버리고 싶잖아요. 그거예요. 남자친구 앞에 두고 실제로 그 감정이에요.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손을 잡고 24시간 붙어있어도 네가 그립다는 말 있잖아요. 완벽하게 그 존재를 흡수해버릴 수 없으니까.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으니까. 결국 불일치하기 때문에 어떤 욕망도 성립될 수 없잖아요. 불일치한 상태라야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니까, 사람이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너를 아무래도 가질 수가 없으니까 계속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고, 잘해주게 되고, 그런 거죠. 가진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가사 중에서 '나의 이성과 권위와 존엄이 유치함과 조바심으로 바뀐다‘는 부분이 나는 이 곡의 정수인거 같아요. 이 노래 제목이 빛날 화(華)인데, 또 화가 난다는 화(火)도 있잖아요. 연애라는 게 사실 빛나고 화려한 것과 어두운 감정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잖아요. 그 사이에서 굉장히 찌질해지는 타이밍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월간 <PAPER> 2008년 4월호, 오지은 인터뷰 중에서









”만약 제 가사가 잘 쓴 가사라면, 70% 이상은 전공 덕이에요. 성실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들어갔던 수업에서는 학점을 따려고 공부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공부했으니까. 10세기 스페인의 시부터 시작해서, 아카데믹하게 옛날 것부터 쭉 배우는 건, 그게 가사가 됐든 소설이 됐든 뭔가를 쓰는 사람에게 좋은 체험인 거 같아요. 저희는 젊은 교수님들이 많아서, 다른 학교의 같은 과 학생들이, 이런 거 진짜 배워요? 하는 질문을 할 만큼 재미있는 걸 많이 했거든요. 이건 여기서 처음 얘기하는 건데,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가사는 수업에서 나온 거예요. 그런 공부를 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 때 되게 의심이 들었어요. 난 이 사람 사랑하는 게 아니고, 사랑하고 있는 내 마음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한 번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는 뜻일 텐데.


”그때는 그게 되게 쇼크였고 괴롭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구요. 원래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류의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런 류의 사랑이 아닌 사랑이라면?


”상대방 때문에 뇌수가 녹아버리는 것 같은 사랑이 전자라면, 상대방 때문에 내 뇌가 채워지는 것 같은 사랑이 후자. 미치겠고 폭풍 같고 죽을 것 같은 사랑 말고, 물 흐르는 것 같은 사랑도 굉장히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최근에 해요.”


전자라면, ‘널 갈아먹고 싶은’ 정도의 사랑. 1집의 <화>에서 했던 얘기처럼.


”지금은 아예 그런 감정 자체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는 일희일비가 연애에 있었고, 나의 이성, 나의 존엄이 다 거기에 걸려 있던 때라.(웃음) 지금은 좀 달라요. 둘 사이를 좀 더 길게 보면, 아직 제가 캐치하지 못한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나는 지금 널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게 아니고, 그래서 우리 관계는 어떠했더라, 에 관심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사랑을 하다가도 언젠가는 뒤통수 맞을 수 있겠지만.


”맞겠지. 분명히 맞을 거야. 근데 맞는 게 당연한 거고. 그래도 뒤통수 맞을 수 있으니까 표현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안 돼요. 서른한 살의 나를 당연히 표현해야 하는 거고.”


* 월간 <PAPER> 2011년 2월호, 오지은 인터뷰 중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경이라는 경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