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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Jul 29. 2024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

<Nan Goldin>

작년부터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시간과 함께 계속 변하는 눈앞의 풍경이 어느 순간 정지된 기분이 들 때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건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같기도 했다. 주변은 모두 정지했지만 나의 시간은 계속 흐르는. 그러면서 사진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고 사진 스터디를 다니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소전서림의 포토북클럽을 가게 되었다.


나는 잘 모른다. 책도, 사진도, 사진작가도. 그저 좋아서 찍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모임에서 사진을 보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시각에 대해 듣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 시야도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다.


낸 골딘 사진책을 보고, 사진을 찍는 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현대 미술의 방향이나 예술가의 소명 같은 꽤나 거창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심미적이거나 기록하는 것을 넘어 마음속의 메시지,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몸부림. 그건 자기표현이고 삶을 향한 의지이며 결국 사랑이었다.


낸의 사진은 모델의 얼굴과 이름을 찾아주고 작가와 모델 모두 사진 안에 깊숙이 개입하며 현실을 과장과 숨김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진리를 또 한 번 보여주었다.


책을 모두 보고 그녀와 편집자가 심사숙고해서 골랐을 첫 사진, '에스플라네이드에서의 소풍'을 다시 보았다.

이 안에는 친구와 가족들을 사랑하는, 그래서 그들을 담고 싶은, 그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저 평범한 강둔치의 소풍 사진이건만, 보는 내내 슬프고 아름답고 아프고 눈이 시렸다.


며칠 후 가족여행에서 나는 그 사진을 생각하며 엄마와 동생을 필름에 담았다. 그 사진에서 낸이 앉았던 자리에는 케이크접시와 카메라 가방과 담배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므로 낸은 그곳에 있었고 그 사진은 가족사진이었다. 그래서 나도 엄마와 동생이 웃고 이야기하는 사진을 찍으며 내가 있었던 자리에 내 핸드폰을 두었다.


낸 골딘의 '에스플라네이드에서의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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