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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Aug 30. 2023

매일 글을 씁시다

편성준 선생님의 <리뷰 쓰기로 가볍게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나는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만 올리는 계정이 따로 있다. 괜찮네 싶은 추천 도서를 그래도 일주일에 두 개꼴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호응이 그다지 시원찮다. 공개 계정이지만 팔로우도 잘 늘고 있지 않고, 친한 Y는 '로란님 글 쓰는 연습하는 거 같은데, SNS에서는 그렇게 쓰면 잘 안 읽혀요. 이렇게 써봐요.'라며 다른 인기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추천해 주었다. 내용은 짧지 않지만, 단어 몇 개마다 줄 바꿔 쓴 그 글은 내가 보기에도 수월하게 읽혔다. 그런데 나는 시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닌 것이 SNS라고 그렇게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리뷰를 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편성준 선생님께서 <리뷰 쓰기로 가볍게 시작하는 글쓰기>라는 수업을 새로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냉큼 신청했다. 그동안 나는 책 리뷰를 쓰다 보면, 이게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지, 내 감상을 쓰고 있는 건지,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메모하는 건지, 도통 내 리뷰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책을 읽으며 쓰고 싶었던 무언가를 꾸준히 기록하고 남겨두는 건 좋지만, 그래도 어쩔 땐 너무 배설하는 것 같아서 찜찜했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잘 다듬고 정리해서 멋진 요리처럼 내놓고 싶은데 말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나와 비슷한 혹은 조금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이 Zoom으로 모였고,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쓴 책/공연/영화 리뷰글들을 공유했다. 생각보다 솔직하고 재미있고 잘 쓴 리뷰들이 많았다. 아니 왜 이런 분들이 이런 수업을 듣는 거지? 라며 내 글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두 번째 과제에서는 좀 더 내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노력했다. 내 삶과 닿아있어 더 진정성 있는 감상을 써보려고 했다. 겨우 3주라는 무척이나 아쉬운 수업이었지만, 그래도 리뷰라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써야 할지 약간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지금 이걸 잊지 않고 또 꾸준히 써본다면 언젠가는 나도 내 맘에 드는 글을 쓸 수 있겠지. 


이 수업을 통해 내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논객처럼 겉멋 들어간 리뷰를 흉내 내거나 쓰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좋은 것을 다른 사람도 알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리뷰 또한 솔직한 나의 감상이나 경험을 곁들여 진실되고 풍부하게 써봐야겠다는 것이다. 


만일 선생님이 리뷰 쓰기 수업을 다시 연다면, 뭐라도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 꾸준히 영화나 책을 보고 싶은 사람(리뷰를 쓰기 위해 책이나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 굉장한 선순환 구조!), 줄거리를 쓰는 게 아니라 나만의 리뷰를 써보고 싶은 사람, 쉽고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한다. 다양한 사례와 경험, 그리고 직접 써보는 시간을 통해서 없던 글쓰기 근육을 살살 달래며 키워볼 수 있다. 


이 리뷰를 마치며, 선생님의 가르침 중에 내가 기억하는 중요한 것 세 가지를 뽑는다면 (1) 힘들고 피곤해도 매일(꾸준히) 쓰자, (2) 내 이야기를 쓰자, (3) 글은 읽는 사람에게 가 닿기 위해 쓰는 것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 글 쓰는 요즘 나는 착실한 학생이 되어 선생님 말을 잘 듣기로 결심했었기 때문에, 그 세 개 중 하나라도 실천하고자, 오늘 이 리뷰를 쓴다. 밤이 늦었지만, 야식을 먹거나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싶지만, 좋은 글쓰기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기분이 드는 이 뿌듯함이 내일이 되면 조금 사그라들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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