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잘 먹고 잘 자고 잘 놉니다 (7편)
이쯤이면 내 혈관에 낫토가 한두개씩 둥둥 떠다니거나, 운동하고 땀이 나면 꼬릿꼬릿한 낫토 냄새가 몸에서 폴폴 풍겨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나는 요즘 매일 낫토를 먹고 지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낫토 삼각김밥을 만드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여 장난 삼아 한번 만들어본 낫토 삼각김밥은 나를 낫토 개미지옥에 빠지게 했다.
낫토에 하얀 실이 잘 생기게 열심히 휘젓는다. 실이 잘 생겨 끈적해지면 동봉된 겨자와 간장 소스를 넣고 다시 한번 저어준다. 잘 지은 밥 한두 주걱을 비빔밥 그릇에 뜨고 낫토를 붓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는다. 잘 익은 김치를 어린이 한주먹 정도 꺼내서 머그잔 같은데 넣고 가위로 잘게 썬다. 도마에 빨간 물이 드는 게 싫기 때문이다. 잘 썬 김치를 밥 위에 얹고, 계란프라이를 하나 해서 올린다. 하지만 없어도 괜찮다. 그리고 조미김을 하나 꺼내서 같이 곁들여 먹는다. 나의 간단한 점심 식사 메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도 약간 변주를 주고 싶다면 똑같은 재료로 삼각김밥을 만들어 먹는다.
이제는 낫토를 밥으로만 먹지 않는다. 오후 출출한 시간이나 입이 심심한 밤에 나는 낫토를 하나 꺼내서 휘휘 젓는다. 김과 같이 먹을 때도 있고 그냥 낫토만 먹을 때도 많다. 먹다 보니 이젠 김이 없는 낫토가 더 맛있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가벼운 맥주 한잔할 때, 예전에는 편의점 소시지나 치즈나 오징어 쥐포 같은 것들을 주로 찾았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낫토가 차지했다. 가끔은 술 먹고 들어온 밤, 허전한 마음에 텔레비전을 켜고 낫토를 하나 꺼내 휘휘 젓는다. 하얀 거품 같은 끈적한 것이 누런 콩과 범벅이 돼서 진득한 한 덩어리가 된다. 끈끈한 그것이 그릇에 젓가락에 입에 남아 깔끔하지 못하다. 그래서 휴지나 손수건이 꼭 필요하다. 상큼하고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끈적거리는 게 그냥 내 마음 같다. 딱 잘라내지 못하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상념에 질척거리다 자정을 훌쩍 넘기고 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뒤척이다 잠드는 모습 같기도 하다. 찰진 낫토를 한 젓가락씩 끊어내듯 입에 넣고 조금씩 우물거린다. 요즘 나의 최애 음식은 낫토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어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낫토 부작용, 적정 섭취량. 잘은 모르겠지만 100g까지는 괜찮다는 글을 보고, 하루 2개 (아 너무 적다)까지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심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내가 너무 이상해서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걱정했더니 엄청 잘 먹고 사네!”라고 한다. 그럼요 어머니, 어머니 딸 잘 먹고 잘 지내요. 자매품으로 청국장찌개와 순두부찌개도 좋다. 낫토 비빔밥에 청국장찌개나 순두부찌개 조합도 이상하지만, 상당히 맛있다 (내 입맛에).
이 글을 쓰는데, 남자친구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한다. 낫토를 몰래 하나 가져가서 햄버거 사이에 넣어 먹으면…. 냄새나서 안 되겠지? 들키겠지? 고객님, 여기서 이렇게 냄새 풍기면 안 됩니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예요. 라며 쫓겨나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겠지? 그러니 다음에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혼자 해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