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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Oct 01. 2023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을 읽고

지난 5월부터 약 4개월 반동안 이어진 성북동 소행성 글쓰기 워크숍에 모였던 동기들은 모두 '행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었다. 잘 나가던 IT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드립전문 카페를 연 분도, 심각한 번아웃에 죽을뻔하다 그림과 글로 다시 삶을 기록하고 있는 변리사분도, 국이 식지 않을 거리에 노모를 모시고 사는 프리랜서 기획자분도, 결국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와 같은 파랑새 찾기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나도 결국은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나와 진짜 나다움을 찾고 있으니, 그야말로 행복 찾기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내가 유튜브에서 아주대 행동심리학 김경일 교수의 강의 영상들을 종종 찾아봤던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고, 그분이 영상에서 추천한 심리학자의 책을 읽는 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그래 맞아!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라고 감탄하며 여기저기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목표한 대학에 입학하거나 회사에 입사하듯, 이번 승진에 성공하듯, 준비한 자격증을 따듯,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행복'이라는 것을 맹목적인 목표에 두고 달리고 있었다. 그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할 틈도, 왜 내가 그 행복을 찾고 획득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새로운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듯, 맹목적으로 달려왔었다. 더 많은 돈을 모으고, 연봉을 올리고,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집을 사는 게 행복을 찾는 방법인 줄 안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로또를 하나씩 사고 있는 것일 게다. 돈이 많으면,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내 생활을 내가 설계하며 지내다 보니, 그게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의 상쾌함, 한낮의 커피 향,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의 약속장소를 가는 길, 가족들과 함께 하는 와인 한잔과 수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선택,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고 책을 보는 시간, 남자친구와 양꼬치를 구우며 맥주를 한잔 마시는 저녁 같은 것들을 좋아했고, 그 좋아하는 것들을 내 의지대로 선택하여 진행할 때, 말 그대로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어떨 땐 그 행복감이 너무 커서 내 몸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이 것들은 그간 생각했던 돈과 사회적 지위와 전혀 상관없는 순간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최근 내가 느낀 것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다양한 과학적 사례와 증거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행복은 생각이나 관념, 가치가 아니라 단순한 감정의 수준이며,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지속할 수 있는지와 행복(쾌감)을 쫓다가 그 부수적인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도 알려준다. 부와 행복의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며, 한국이 왜 아프리카 및 중남미의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보다 덜 행복한지에 대한 분석도 함께 보여준다. 책은 과학을 기반으로 행복에 대해 알려주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이 책을 읽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미리 경고하지만, 나는 내 방향이 틀리지 않았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내 삶을 행복하게 지속할 수 있는 단서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삶의 영감은 문학, 예술, 사람에게서도 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과학에서도 구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소행성 동기들은, 그리고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조금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왜 추구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과학의 측면으로 짚어보고 나아갈 필요는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맹목은 눈을 멀게 하고, 눈이 어두운 자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 우리가 우리 인생을 잘 이끌어갈 수 있게, 내일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오늘이 충만할 수 있게,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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