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도 출근해 줘서 고마워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드는 프리워킹맘의 삶.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은 나로서 현재 생활에 만족도는 꽤 높다. 한 85점?! 그래도 이보다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건 만족감과 함께 아쉬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워킹맘 라이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스케줄'
프리랜서의 삶이 그렇듯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가 뜨면 부랴부랴 원에 데려다주고, 해가 질 무렵 데리러 가는 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직장인 못지않게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다.
가장 좋은 점은 고정적인 아이 학원 라이드나 갑작스러운 소아과 진료까지 언제든 즉각적으로 아이들을 케어하기 부담이 없다는 것. 물론 가끔씩 어려운 상황에선 남편에게 역할을 넘겼지만, 주 양육자는 나라는 생각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가능케 하는 자유로운 스케줄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긴장과 집중을 항상 하이레벨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출퇴근 시간과 주어진 목표들이 지속적으로 업무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쪼아주는 게 직장인이라면, 나는 불연속적인 업무 스케줄에 따라 긴장과 와해를 넘나 든다. 일이 끊기면 너무 퍼지고, 일이 몰리면 너무 열이 난다. 그 사이 어딘가를 잘 유지하면 적절한 버닝 모드가 오래갈 수 있는데, 그걸 위해서라도 빈 일정을 못 참고 새로운 일을 찾아내려고 힘쓴다.
감사하게도 점점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는 노하우도 쌓여간다.
종종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서프라이즈 하원 데이트를 준비한다. 엄마의 깜짝 방문에 신난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선생님 손 잡고 신이 나서 달려 나오는 아이. "오늘은 엄마가 제일 먼저 왔다고 엄청 신났어요."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가 짓는 오늘의 웃음이 어제의 기다림 속 초조함의 이면임을 느낀다.
일이 없을 때는 인풋을 위한 시기로 삼아 그동안 북마크 해둔 책과 장소들을 탐방하며 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작년 한 해, 연말 끝자락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새해 들어 1월, 나에게 딱 여유 그 자체의 시간이 주어졌다.
올해 계획 중 하나는 새벽 5시 반 기상으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점점 늦은 밤으로 길어지는 하루 시계를 다시 맞추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1월 2일부터 알람을 맞춰놓았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무색하게 어느새 1월 마지막 목요일 새벽, 오늘도 남편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둠 속 차가운 공기를 뚫고 이른 출근을 했다. 두 사람의 기상이지만 남편의 이른 출근을 배웅하고 나면, 나는 나대로 집에서 아이들을 챙기며 분주한 아침을 보내곤 한다. 그럼에도 마음이 느긋한 건, 정신없는 등원 후 찾아오는 고요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객관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항상 꾸준하게 출근을 하는 남편의 일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낼 때마다, 자기가 다녀온 듯 더 좋아해 주는 사람. 막상 이 사람도 쉬고 싶었을 텐데, 이 사람도 그날은 컨디션이 안 좋았을 텐데... 꿋꿋이 매일 아침을 출근해 왔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오늘따라 새삼 고맙고, 그의 애씀에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그것이 나와 아이들을 향한 그의 섬김과 사랑이라니 참 감동이다.
여보, 오늘 아침도 출근해 줘서 고마워요. 라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