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섬세하고 스위트한 면이 많은 남편과 무심한 듯 예민한 나. 부딪치고 삐걱거리면서도 함께 살아낸지도 어느덧 9년 차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메꿔주는 건 매일 아침 남편의 허그다.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은 다를지라도 매일 아침 "잘 잤어? 이루와~!" 하면서 안부를 묻고 꼭 포옹을 해준다. 뚝딱뚝딱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때도, 전날 밤늦은 취침으로 비몽사몽 하고 있을 때도, 늘 한결같이 꼬옥 안아준다.
그의 성실한 아침 인사에 어느새 나도 물들어 간다. 학습효과처럼 매일 아침 남편이 먼저 포옹하러 와주길 기다린다. 연애할 적엔 미처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던 사실 하나는 남편이 수염이 많다는 것이다. 섬세한 성격과 대비되는 털은 꽤 위엄 있어 보이는 수염라인을 그려내고 중후한 남성다움이 한층 풍긴다. 여린 피부로 매일 면도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이틀 삼일 간격으로 면도를 하다 보면 적당한 꺼뭇꺼뭇함이 늘 남편의 얼굴 톤을 어둡게 한다.
문제는 남편과의 포옹에서 느껴지는 까끌거림이다. 남은 아침잠을 깨우는 루틴처럼 "앗 따거!"를 연발하는 횟수가 잦다는 것. 오늘 아침도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남편을 안으며, 나는 그 따가움에 고개를 돌려 푹 파묻었다. 털이 많아 고충인 건 당사자인 남편이라 매일 면도를 독촉할 순 없지만, 나는 이벤트를 기다리는 것처럼 면도하는 날의 뽀얀 피부를 기다리는 와이프가 되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새로운 고민과 난이도 높은 문제들이 우리의 흰머리를 더 수두룩하게 한다. 집 안팎에서 겪는 일들에 지치는 날도 있다. 최근 들어 남편에게도 그런 삶의 무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친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나 역시 힘들다고 무심히 모른 척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집에 사는 가까운 가족에게 쉽게 상처를 주거나 기운이 빠지게 하는 말실수들을 더 조심해야 했는데, 지난날 내 기분이 내키는 대로 남편과 아이들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섣불리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을 다시 주워 담고 싶을 뿐이다.
따거!라는 날카로운 말 한마디를 던지고 돌아서는 데, 문득 大哥라는 중국어가 떠올랐다. 그 따거가 이 따거라면? 같은 음절로 하는 두 단어가 동시에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맏형, 형님이라는 존칭이라는 뜻인 중국어 따거가 문득 남편은 우리 집 따거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아빠와 남편으로 부를 호칭이 엄연히 있지만, 무간도나 홍콩 영화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따거의 무드는 두목을 칭하는 좀 더 격한 표현을 떠올려보면 그런 애티튜드를 통해 남편의 기를 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남편의 기가 살고 자신감이 올라올 수 있게 긍정적이고 지혜롭게 말할 수 없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따거라는 한 마디 외침이 힌트가 되었다. 오늘부터라도 수염이 따갑다고 핀잔주는 것보다 따거를 대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안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남편이 성실하게 안아준 포옹이 다시 그를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마음으로 짙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