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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Apr 27. 2024

생일파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가 한 말

딱 하루치 육아



첫째 아이는 무대의 주인공으로 굳이 나서는 걸 꺼려한다. 조용히 분위기를 관망하고 본인의 역할이 끼어들만할 때 나서는 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참관수업에서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할 때에서야 나는 아이를 이해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같이 기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야지. 실은 주목받는 걸 꺼리는 아이의 성향이 엄마로서는 편할 때도 있다. 아이 스스로도 친구들과의 모임을 주도하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엄마들과의 소통도 부담스럽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런 아이가 친구의 생일 파티를 한 번씩 다녀오더니 뭔가 부러운 눈치였다. "엄마! OO 이는 선물에 깔릴 뻔했어요~" 너스레를 떨며 부러운 멘트를 날리는 가 하면, "내 생일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본인의 생일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듯했다. 요즘 생일파티의 문화는 보통 키즈카페 같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에서 파티를 겸한다. 2~3시간 신나게 놀면서 생일 축하를 하는 터라 아이들의 축제와 같은 것! 특히 1~2학년 때는 친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맺어주기 위해 반 전체를 초대하는 경우도 많다. 급기야 돌잔치와 비슷한 행사를 치르는 수준이 된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저는 엄마가 말하는 대로 할 거예요. 생일파티 해도 되고요~ 안 해도 되고요~"


아이의 말에 나는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망설여졌다. 보통의 성향대로라면 극구 거부할 아이일 텐데, 50대 50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어 보인다. 생일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이는 감정이 널뛰기하는 듯했다. 하루는 우리 가족끼리 재밌는 데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하루는 생일 파티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을 초대하고 장소를 예약하려면 더 이상 번복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 아이는 내 손을 잡더니 "엄마 저 그냥 생일파티 할래요"


그렇게 나는 아이의 생일파티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우선 집 주변에 괜찮은 키즈카페를 검색하고 몇 곳의 가격을 알아보았다. 아이들을 몇 명 초대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팅하는 비용을 생각해야 했다. 장소를 최종 예약하기 전에 아이에게 친구들을 누구누구 초대할지 물었다. 이미 2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었지만, 축구를 하고 있는 친구나 북스터디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면 14명 정도 되니까 협소한 파티룸 공간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새로 초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


그렇게 나는 아이의 생일파티 포스터를 만들었다. 미리캔버스에서 무료 템플릿을 수정해서 1차 버전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보더니 자신의 다른 사진을 넣어달라고 했다. 직접 행사의 주체자로서 디렉팅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렇게 생일을 2주 남겨두고 초대장을 보냈다.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이런 초대장은 처음~", "너무 예뻐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가 빨리 가고 싶다고 하네요" 등등


그렇게 아이의 생일 파티 당일이 되었다. 실은 생일 전날부터 너무 분주했다. 내일 피자, 치킨은 어떻게? 케이크는 뭘로? 먼저 과자와 과일을 세팅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만 많을 뿐 실행은 모두 당일에 해야 하니까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출근 후 점심까지 일을 마치고 서둘러 랜디스 도넛을 두 박스 사서 집으로 향했다. 배민 B마트로 천혜향, 과자, 토마토, 바나나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케이크를 구입했다. 아이의 생일파티는 4시! 그렇지만 우리는 미리 3시 반에 도착해 세팅할 생각이었다.


아이와 친구를 몇 명 태우고 키즈카페로 향했다. 열몇 명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오디오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아이들을 매일 대하는 선생님이 새삼 존경스러우면서도 나는 각자의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우리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리액션을 보이는구나, 이렇게 적극적이기도 하네, 새삼 낯선 아이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4시부터 2차례의 음식 세팅과 선물, 사진 촬영 등 순서를 보내고 나니 마치는 시간이 다가왔다. 경황이 없어서 빠뜨리거나 얼이 나가있기도 했지만 ㅎㅎ  무사히 아이들과 엄마들을 배웅했다.


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이는 창문을 보더니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로 한 마디를 뱉었다.


"와~ 오늘은 진짜 행복한 하루였다."


울컥, 엄마아빠에게 새로운 미션이었지만 아이에게 오늘 하루는 정말 사랑과 축하를 듬뿍 받는 자리였던 것이다. 너에게 이런 시간이 정말 필요했겠구나! 싶으니 생일파티에 들인 에너지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것에 새삼 감사했다. 선물을 뜯어보는 내내 아이는 온전히 자신의 생일을 즐겼다. 그리고 나는 엄마로서 다른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좀 더 정성을 기울여 선물을 준비해야겠단 깨달음도 얻었다. 우리 아이에게 행복감을 준 친구들과 그 부모님에게 정말 감사함이 들었다. 생일은 엄마와 같이 잘 수 있는 특권이 있는 날인데 아이들은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러블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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