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아이의 경제교육 어떻게 할까
집 근처 큰 쇼핑몰에서 가을맞이 이벤트가 펼쳐졌다. 다가올 주말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곳곳에 붙은 현수막과 홍보물을 보면서 이거다! 싶어 남편에게 공유했다. 아이들에게도 전통 먹거리와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으니 충분히 알찬 시간이 되리라 싶었다.
집에서 할 일이 있던 나는, 남편과 아이 둘을 행사 장소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네다섯 시간이 지났다. 집에 돌아온 남편과 아이들을 맞이하며 나는 궁금한 마음에 있었던 일들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남편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현장에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중 5000원을 내고 뽑기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고 한다. 꽝이 없는 대신 작은 솜사탕 한 봉 지부터 큰 쿠션까지 얻을 수 있는 랜덤 선물을 얻는 방식이었다. 남편은 이런 사행성 같은 종류의 놀이에 돈을 쓰는 것은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거 같아서 다른 쪽으로 관심을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의사가 강했던 아이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아빠와 마찰을 빚었던 것이다. 설상가상 친구 가족을 만나 '우리 아빠는 돈을 안 쓰려고 해'라는 푸념을 했는데, 그 말이 남편에게는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하는 과정에 겪을 수 있을 법한 상황인데, 예상치 못한 아이의 미숙한 표현에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더 나은 가치에 돈을 사용하는 것, 그래서 가장 좋은 기회를 위해 때론 절약하는 것인데. 단돈 5천 원을 안 쓰는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 감정을 오래 묵히지 않고 털어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가치를 잘 판단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용돈을 주는 것'이다. 종종 친구들은 용돈을 받는다고 이야기했던 터라 아이도 내심 용돈을 바랐던 것 같다.
그날 저녁 우리는 갑작스럽지만 '매월 5,000원'을 아이가 직접 관리하도록 용돈으로 주기로 합의했다.
"이건 네가 무얼 해서 상금으로 주거나 대가로 주는 것이 아니야, 엄마 아빠의 선물이야!"
새 봉투에 '천 원짜리 4장 + 5백 원짜리 1개 + 백 원짜리 5개'를 담아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는 당황스럽지만 무척 들뜬 표정으로 봉투를 건네받았다. 우리는 단지 아이에게 우리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의 '십일조'를 해야 한다고 일러주고는 십일조를 모을 수 있는 봉투를 하나 더 건넸다. 평소 잘 알고 있던 터라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도 아이는 십 분의 일을 구분하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용돈을 챙겼다.
용돈기입장은 인터넷에 양식을 검색해 안 쓰는 10칸 노트에 필요한 항목을 작성해 남겼다. 그리고 용돈기입장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제 아이는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 고민해 보았다. 학교 준비물이나 굵직하게 필요한 것들은 여전히 우리가 부담하겠다고 일러줬다.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가끔 간식이 먹고 싶을 때, 친구들과 게임을 해보고 싶을 때, 문구점에서 사고 싶은 펜이 있을 때는 이런 돈을 사용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일부는 저축하면서 더 큰돈을 모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은 아이는 형아만 용돈 받는 것에 속상해했는지 자신도 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같이 시작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한참 어린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섣부르다고 생각했다. '너는 엄마가 네 용돈이야~ 엄마가 다 해주잖아~' 이렇게 말하며 꼭 안아주자, 아이는 흡족한 대답이었는지 더 이상 보채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가 지나간다. 잠을 자려고 이브자리를 펼치는데, 큰 아이 표정이 참 행복해 보였다.
"엄마,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신나고 행복해요 -"
우리는 그렇게 또 새로운 챕터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