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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13. 2021

남겨진 아이의 마음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하루는 아이가 역할놀이를 하자고 했다. 자기가 아빠를 할 테니, 엄마가 자기를 하라고. 속으로 ‘좋은 기회다.’ 생각했다. 요즘 아이가 떼쓰는 빈도와 강도가 연일 최대치를 찍고 있어 제대로 떼쓰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 (아이 역할) : 아빠, 나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재미없어!
아이 (아빠 역할) : 어린이집 가야 해~ 아빠도 회사 가야 하거든
나 : 싫어 싫어! 어린이집 젤 재미없어~ 안 갈 거야~
아이 : 아빠랑 손잡고 가자~ 아빠가 20까지 기다려 줄게~
나 : 백까지 기다려줘~ 현관에서 계속 가지 말고 있어야 해~
아이 : 괜찮아~ 아빠는 열심히 일하고 올 거예요~ 아빠가 한 번 안아줄게요~
나 : 싫어! 싫어! 싫다고!!!
아이 : 재밌게 놀고 있으면, 아빠가 3시까지 데리러 올게~ 안녕~~


아이는 아주 침착하게 나를 달래더니, 인사를 하고 출근하는 척했다. 떼쓰는 열연 중인 엄마가 안쓰러운지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는 문 뒤에 숨어 미소 띤 얼굴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봐줬다. 아이는 아빠를 연기하며, 실제 아빠가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아이가 자신이 이해한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작은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엄마 아빠 손을 놓지 않고, 한 번 더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와 원하는 대로  달래주고 싶지만 출근길을 서둘러야 하는 엄마 아빠. 남겨진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짧은 역할 놀이를 통해 아이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아이를 꼭 안아줬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엄마 말과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는 아이를 보면, 거울을 보듯이 내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기질 분석에서도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배려하는 기질을 가진 아이라서 그런지 엄마 아빠를 묘사하는 것이 꽤나 리얼할 때가 많다. 첫째가 가끔씩 동생을 혼낼 때,  엄마 아빠 훈육 방식을 똑같이 한다. “이리 와봐! 형아랑 이야기 좀 해! 누가 이렇게 하지?” 자기가 들은 표현을 복사기처럼 내뱉는다. 부끄럽고 민망한데, 한편으론 아이의 인생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이런 건가 싶어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엄마는 너랑 함께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아이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주면, 어느 날 밤 자기 전 조용히 고백한다.


엄마 귀 대봐, 할 말이 있어~
있잖아, 엄마 사랑하고 좋아해.


불시에 아이의 순수한 고백을 받으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 주나 싶어서 감개무량해진다. 어쩌면 아이와의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처럼 결국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랑한다고 표현한 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도 더 찐해진다. 엄마의 사랑을 흡수하는 스펀지가 되어 사랑을 뿜어내는 아이로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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