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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15. 2021

엄마 품을 다투는 형제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어린이집에 다닌다.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둘째가 다닐 반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둘째 어린이집을 옮길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엄마가 등 하원 시키기 편한 것 때문에 애써 잘 적응한 어린이집을 옮기는 건 아이에게 스트레스 일 것 같았다. 그래서 기회는 포기하고 여전히 따로 보내는 중이다.


퇴근 후엔 보통 첫째 어린이집에서 들려 아이를 데리고, 둘째를 하원 시키러 간다. 둘째 어린이집은 영아들만 다니는 어린이집이라, 다섯 살 아이는 큰 형님처럼 대우받곤 한다. 그럼 아이도 자랑스럽다는 듯 씩씩하고 늠름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동생이 달려와 엄마에게 안기는 게 싫은지 자꾸 어린이집 입구서부터 엄마 손, 엄마 품을 먼저 사수하려고 안달이다. 둘째는 형의 덩치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지는 못하고 속상함에 입만 삐죽 내민다. 사이좋게 안아주려고 여러 번 타일러봐도 아이는 계속 동생을 경계한다.


동생이 걸어 다니면서부터 형아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겁 없이 부서뜨리거나 망가뜨리면서 형아의 바운더리 안으로 허락 없이 침입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형이 만들어 놓은 풍차를 인정사정없이 찍~ 찢어버리는 바람에 첫째는 집이 떠나가라 악을 쓰면서 서러움이 폭발해버렸다. 그럴 때면 자기가 아는 가장 나쁜 말(대부분은 동화책에 등장한 내용)을 쏟아낸다.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경찰 아저씨가 데리고 가라고 해!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

서러움에 맘에 있는 말 없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아이를 보면, 첫째는 첫째대로 안쓰럽고, 둘째는 둘째대로 짠할 뿐이다. 두 형제를 사랑하는 엄마로서 마음이 아프다.


소파에서 눈물 콧물 돼서 한참 울던 아이는 화가 안 풀렸는지 옆에 다가오는 동생을 밀치려고 했다. 둘째가 넘어질 것 같이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 나는 "어허, 힘이 센 사람은 약한 사람한테 그러면 안돼! 속상해도 말로 해야 되는 거야, 힘을 도와주는데 써야 영웅이지!" 타일러 본다. 그래도 속상한 아이한테는 닿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엄마 : 너 동생 싫어?
아이 : 응, 너무 싫어
엄마 : 그렇구나.. 그래서 밉고 때리고 싶구나? 어쩔 수 없네… 근데 동생은 형아가 싫어서 그런 걸까?


갑자기 토끼눈이 되어 동생을 쳐다보는 아이. 그리고 갑자기 우리의 대화를 알아들은 것처럼 둘째가 형아를 꼭 안아줬다.


엄마 : 봐봐. 동생은 형아가 좋대~


그러자 아이는 화가 누그러졌는지 아주 작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 : 나도 좋아

 

아이는 자신의 안전지대를 무법자처럼 쳐들어오는 동생에게서 엄마라도 사수하려고 더 집착했던 걸까? 오늘도 아이는 힘겹게 동생과의 같이 사는 삶을 터득해 가고 있다. 형제로 만난 사이든 모자로 만난 사이든 우리는 동생이 태어나고부터 고작 2년이 채 안된 시간을 서로에게 적응하며 같이 살아내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가들, 엄마 품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너희 둘에게 나눠줄 만큼 넓어


오늘도 아낌없는 사랑을 내어주는 엄마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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