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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20. 2021

인사 잘하는 동네 유명인사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 대학교에는 특별한 문화이자 자랑거리가 있었다. 바로 학생들이 인사를 잘한다는 것! 그래서 학교생활 내내 교수님, 선생님은 물론 외부에서 방문한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도록 배웠고, 어느새 인사 습관에 몸에 배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걸음마가 익숙해질 무렵, 매일 콧바람도 쐴 겸 동네 산책을 다녔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놀이터, 도서관을 다니다 보니 동네 사람들의 얼굴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어제도 그제도 만난 사람들이라 그냥 쓱 스쳐 지나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인사를 하자니 약간 어색했다.


그런 엄마의 어색함을 단번에 깨버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사를 보낸다. 매일 등원 하원 시간에 동네 한 바퀴를 쭉 돌다 보면 인사 도장 찍듯이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세탁소, 가방 수선집, 카페, 도서관, 빵집 등.


(코로나 생기기 전엔) 이모 삼촌 같은 사서 선생님들에게 매일 인사하고 출석 이벤트에 참여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읽는 재미도 알게 된 아이. 또 가방 수선집을 지날 때면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가게 안의 장인 할아버지들이 가방을 고치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수선에 집중하시던 할아버지는 아이의 인기척에 언제나 인자하게 인사를 받아주시곤 했는데, 유리창에 하이파이브하듯이 손바닥을 대고 할아버지와 손장난을 치곤 했다. 키득키득거리다가 마지막엔 배에 손을 대고 공손히 인사를 하며 발길을 돌렸다.


형이 인사하는 걸 꾸준히 관찰해오던 둘째도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적극적인 인사 스킬을 선보였다. 세탁소를 지날 때, 세탁소 아저씨에게 "빠빠이"하고 힘차게 인사를 건넨다. 다림질하시던 아저씨는 아이가 흔드는 손짓에 함박웃음을 하시며 잠깐 가게 밖으로 나와 “어린이집 잘 다녀왔어?" 인사를 해주시곤 언제나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라고  두 아들을 한 손씩 잡은 나를 격려해주신다.


어떤 날은 한 아주머니가 아구 큰 애가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면서 언젠가 아빠랑 등원하던 아이를 보셨다고 아는 체를 해주시고, 어떤 날은 손주 생각이 나시는지 우리 애들을 지그시 바라보시면서 어쩜 이리 예쁘냐고 칭찬을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기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받는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동네 어른들께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간식꾸러미를 만들어 선물로 전했다. 빨간 모자를 쓰고 나타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덕담을 해주시거나, 용돈을 주시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동네의 개념을, 함께 사는 이웃의 개념을 글이 아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랑과 기쁨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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