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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28. 2021

둘째 마음에 무심한 둘째인 엄마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둘째는 모든 게 수월했다. 13시간 산통을 겪고 낳은 첫째와 달리, 둘째는 한두 시간 만에 끝났다. (머리가 더 커서 아프긴 했지만) 산후조리 과정도 이미 한 번 겪었다고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다. 신랑은 첫째를 전담해야 했기에, 조리원에서의 시간은 오롯이 둘째와 함께 보냈다. 아기의 칭얼거림마저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저 웃음만 나왔다.


둘째 임신할 때부터 조리원 퇴소할 때까지 무수히 들었던 주변 이야기는 첫째가 보는 앞에선 둘째를 많이 안지 말라는 것이었다. 첫째가 시기한다고. 그래서 조리원 퇴소 후엔 괜히 둘째에게 무심한 척하려고 노력했다. 울어도 첫째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느라 바로 안아주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다이내믹한 리액션과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는 첫째가 먼저 눈에 들어오니, 매번 둘째는 뒤로 밀렸다. 돌 전까지만 해도 제때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만으로도 체력적으로 벅차 엄마 역할은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둘째 표현이 많지 않아서 모든 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0개월부터 말이 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냥 형아에게 빼앗기던 설움들을 이젠 "싫어!, 아니야, 내 것 내 거" 표현하며 적극 방어하는 모습, 밥 먹다가 돌아다녀 엄마한테 혼나면 입을 삐쭉 내밀며 머리를 숙이는 모습,

알아들을만한 단어를 자신 있게 자기 입으로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둘째의 말투가 더 뚜렷해질수록 아이의 존재감도 짙어지고 있다.


하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둘째가 굉장히 와일드해 보이지만 마음이 여린 것 같다면서, 위험한 장난에 주의를 줄 때마다 아랫입술이 삐쭉 내밀며 서러운지 한동안 쳐다도 안 봤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덧붙여 집에서도 아이 마음을 잘 다뤄주길 당부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무심할 법한 나의 행동들을 되돌아봤다. 둘째는 강하게 알아서 씩씩하게 크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둘째인 내게도 형제에게 치였던 설움, 부모님의 무심함에 속상한 기억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사랑 그릇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두 아이 모두에게 맘에 가득 채워질 만큼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두 아이를 대하는 내 행동이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고, 한계를 넘는 사랑을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더 세심히 보듬어주는 엄마가 되길 다짐해본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아야 아야 하면서 엄마한테 다가올 때, 바삐 하던 것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는 것.

"엄마 얼마큼 좋아" 물어볼 때마다 "많이 좋아해요~"라고 답해주는 아이에게 얼씨구나 껴안고 뽀뽀를 해주는 것.

잠시 잠깐이라도 아이와 함께일 때 아주 진하고 선명한 사랑의 자국을 남기려고 에너지를 들였다.


신랑이 첫째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오랜만에 둘째와 단둘이 집에 머물렀다. 우리 둘 사이의 교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기도 했다. 형아의 간섭 없는 장난감을 만끽하며 행복하는 아이 표정, 스스로 고른 책을 읽어달라고 무릎에 착 앉은 아이의 온기, 쌔근쌔근 잠이 들 때까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재잘거리는 아이 목소리를 마음 다해 사랑해본다.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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