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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Oct 08. 2021

어린이집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오후 2시, 카톡이 울렸다. 첫째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H 엄마였다. 갑자기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카톡을 확인해보니, 장문의 이별 인사였다.

어머니! 잘 지내시죠?
다른 게 아니라, H가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어서요~ 대기 걸어놓고 내년에 가야지 하고 있던 유치원에서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이번 달 1일 입학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급히 결정하게 되었네요ㅠㅠ 내년에 H 동생이 어린이집 다니게 되면 또 뵐게요.


평상시 어린이집에서 엄마들끼리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 이별 소식에 개의치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H는 우리 아이가 4살 되던 봄부터 지금까지 같은 반으로 오래 봐왔던 사이 유독 아쉬움이 컸다. 


아이가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새로운 반에 배정되면 정원이 많아지니 아이 친구들 얼굴 익히는 것도 오래 걸리고 부모님들과 관계 맺기도 힘들어진다. 4세 반에서 만난 친구 7명 중 이제 2명만 남았다. 해마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떠났다. 이번에 간 H까지 5명의 친구가 떠나갔다.


그렇게 아이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어린이집을 떠날수록 "우리 아이도 유치원으로 옮기는 게 좋을까?" 질문이 들면서 마음이 요동쳤다.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긴급 보육 체제가 적용되면, 가정보육을 강요하는 국가 기관 소속인 국립 어린이집 분위기도  한몫했다. 한 어머니는 7세가 되면 1년 정도 보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가정보육이 어려워 서두르게 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7세 아이 어머니는 고작 6개월 남은 어린이집 생활이 불규칙하니 사립유치원 상담을 받고 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맞벌이 가정은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긴급 보육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어린이집에선 소수 아이들이 등원하는 것에 맞춰 일부 선생님들만 교대로 출근해 ‘보육’만 진행하기 때문에 학습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긴 하다. (어린이집 상황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이들 건강이 우선이기에 이 상황을 그저 견디더라도, 아이에게 최선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유치원으로 결정하는 부모님들은 먼저 안정적으로 매일 출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몇몇 유치원은 상황에 맞춰 비용을 추가해 오후까지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은 규칙이 비교적 명확하고 아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과제들이 많아 학교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수 유치원이라면 영어, 한글, 수학 등 학습 진도까지 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친구들의 이별 소식에도 덤덤했다. 아직은 베프가 남아있기 때문이란다. 이 동네에 계속 머문다면 떠난 친구들도 초등학교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다가도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가장 이유는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잦은 전학으로 낯선 환경에 처할 때마다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던 나의 어린 시절 경험에 비추어, 아이에게만은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을 지켜주고 싶어서다. 그런 정서가 밑바탕이 되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세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내  욕심은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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