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카톡이 울렸다. 첫째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H 엄마였다. 갑자기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카톡을 확인해보니, 장문의 이별 인사였다.
어머니! 잘 지내시죠? 다른 게 아니라, H가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어서요~ 대기 걸어놓고 내년에 가야지 하고 있던 유치원에서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이번 달 1일 입학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급히 결정하게 되었네요ㅠㅠ 내년에 H 동생이 어린이집 다니게 되면 또 뵐게요.
평상시 어린이집에서 엄마들끼리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 이별 소식에 개의치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H는 우리 아이가 4살 되던 봄부터 지금까지 같은 반으로 오래 봐왔던 사이라 유독 아쉬움이 컸다.
아이가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새로운 반에배정되면 정원이 많아지니 아이친구들 얼굴 익히는것도 오래 걸리고 부모님들과관계 맺기도 힘들어진다.4세 반에서 만난 친구 7명 중 이제 2명만 남았다. 해마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떠났다. 이번에 간 H까지 5명의 친구가 떠나갔다.
그렇게 아이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어린이집을 떠날수록 "우리 아이도 유치원으로 옮기는 게 좋을까?"질문이 들면서 마음이 요동쳤다.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긴급 보육 체제가 적용되면, 가정보육을 강요하는 국가 기관 소속인 국립 어린이집 분위기도 한몫했다. 한 어머니는 7세가 되면 1년 정도 보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가정보육이 어려워서두르게 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7세 아이 어머니는 고작 6개월 남은 어린이집 생활이 불규칙하니 사립유치원 상담을 받고 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맞벌이가정은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긴급 보육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어린이집에선 소수 아이들이 등원하는 것에 맞춰 일부 선생님들만 교대로 출근해 ‘보육’만 진행하기 때문에 학습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긴 하다. (어린이집 상황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이들 건강이 우선이기에 이 상황을 그저 견디더라도, 아이에게 최선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유치원으로 결정하는 부모님들은 먼저 안정적으로 매일 출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몇몇 유치원은 상황에 맞춰 비용을 추가해 오후까지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은 규칙이 비교적 명확하고 아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과제들이 많아 학교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수 유치원이라면 영어, 한글, 수학 등 학습진도까지 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친구들의 이별 소식에도 덤덤했다. 아직은 베프가 남아있기 때문이란다. 이 동네에 계속 머문다면 떠난 친구들도 초등학교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다가도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잦은 전학으로 낯선 환경에 처할 때마다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던 나의 어린 시절 경험에 비추어, 아이에게만은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을 지켜주고 싶어서다. 그런 정서가 밑바탕이 되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세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내 욕심은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