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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Nov 15. 2021

낮이 아닌 밤에 소풍을 가는 이유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오늘 밤소풍 갈까?”


우리 집은 특별한 소풍을 떠난다. 바로 밤에 떠나는 밤 소풍. 주로 주중 저녁 즉흥적으로 소풍을 떠난다. 왜 낮에 떠나지 않고 밤에 가는 건데? 묻는다면, 이유는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모인 가족들이 아직은 남아있는 에너지와 들뜬 마음을 풀어야 할 곳이 필요하다면 밤소풍을 추천한다. 서로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 좋아서 시작한 밤 소풍은 우리의 추억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강 김밥 밤소풍, 북악 햄버거 밤소풍, 잠실 샌드위치 밤소풍…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햄버거를 픽업하거나 김밥을 사서 소풍을 떠나는 것을 줄인 말이다. 아이들에게 주요 키워드를 잘라서 매번 소풍을 떠날 때마다 그 이름을 지어줬다. 아이들은 발음이 어려워서 자꾸 까먹거나 발음을 뭉개기도 하는데, 그런 것마저도 귀여재미 포인트이다. 밤소풍을 떠나면서 얻게 된 즐거움을 몇 가지로 추려본다.


1.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우리가 밤소풍 장소로 찾는 곳은 대부분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높은 전망대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는 서울은 참 아름답다. 우리 집이 어디 있나? 어린이집 보이나? 등 아이들과 재미있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볼 수도 있다. 한강공원만 나가도 밤하늘의 별 못지않게 밤 도시의 조명들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탐험거리, 볼거리를 제공하기 충분하다.


2. 아이들과 새로운 놀이 콘텐츠 발견

노을이 지고 밤하늘이 아름답게 물들면서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 아이들에게도 높고 신나는 기분이 차- 가라앉는 시간이기도 하다. 졸리고 하품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조금 남은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내고 꿀잠을 들기도 무척 좋다. 산책로, 공원마다 조명들도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림자 잡기 놀이, 끈 탈출 놀이, 보드블록 색깔 밟기 놀이 등 밤의 특성을 살려 아이들과 집중해서 놀 수 있는 놀이들이 분명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즉흥적인 소풍을 떠난 것처럼 즉흥적인 밤놀이를 만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3. 사진보다는 서로에게 집중

생각보다 밤에 사진 찍는 것이 어렵다. 사람의 눈이 카메라보다 훨씬 정밀하고 대단하다는 건 밤에 유독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핸드폰은 쏙 주머니에 넣어두고 아이들의 얼굴을 실물로 더 많이 쳐다보게 된다. 귀요미 아이들과 밤바람을 맞으며 손을 잡고 걸어보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주변 경관을 관찰해보기도 한다. 아이의 호기심은 끊임없어서 질문을 쉬지 않고 던지기 때문이다. 밀도 높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밤소풍은 우리 가족의 단합 리추얼로 자리매김했다. 하원 할 때마다 “엄마, 오늘은 밤소풍 가면 안돼요?”라고 묻는 아이들. 서프라이즈로 떠나는 묘미도 있고, 진짜 즐거운 소풍이 될 수 있게 주기는 한 달에 2~3번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제 가을이 지나 겨울을 향해가는 시점에서는 아이들의 건강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밤소풍 준비도 더 철저해야겠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손주 손녀와 함께 밤소풍을 떠나면서 자신의 추억을 꺼내보지 않을까?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오늘도 밤소풍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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