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어린 로레인 Mar 25. 2022

이 시국에도 일하는 엄마가 버틸 수 있을까?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낙관적으로 이 시기가 하루빨리 지나가길 바라지만, 지금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이 줄줄이 확진되면서 한동안 아이들과 집콕을 했다. 때마다 아이들을 지킬 방법이 이것뿐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매번 벙커처럼 집에 붙어있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 같이 붙어있다보면 서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약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슬슬 아이들도 답답해하는 눈치라 다시 등원을 시작했다. 그래 언제든 걸릴 수 있으니까, 이제 마음을 담담히 갖기로.


나는 워킹맘이다. 코로나가 한창인 작년부터 프리워커의 삶을 살면서 매번 긴장과 평안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일이 적어 여유로울 때면 이렇게 퍼져도 좋은 걸까? 일이 몰아닥칠 때면 이렇게 무리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갑자기 어린이집이 폐쇄되면 일은 어떡하지? 늘 속으로 엉뚱한 고민을 하면서 온전히 그 순간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국에도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파도처럼 일 관련 기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약간 아득할 정도로 일이 추진되면서 어느새 내 캘린더는 풀부킹.

오전에는 N 사의 마케팅 전략 제안 프로젝트를 맡고, 오후에는 I 사의 워크숍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주말에는 기획 멘토링과 워크숍, 그리고 (가제) 오소리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 그리고 4월부터 텃밭도 가꿔야하는데.


이 스케줄로 매일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상반기가 훌쩍 지나있겠구나 싶다. 그 시간 우리 가족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게 될까 생각해본다. 순간 희미하게 남은 번아웃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눈앞에 여러 장면들이 교차했다. 아이들 케어가 잘 안될 수도 있고, 성과를 잘 못내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복잡한 상황에 제대로 집중을 못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내 일상이 무너지는 비상 사태가 닥치면 어쩌지? 우습게도 이 모든 상황은 그저 긴장과 불안으로 쓰인 시나리오일 뿐,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마음 속 방황을 읽어버린 나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의연하게 불안과 긴장을 마주했다.


“지금, 너 긴장했지? 구체적으로 뭐가 불안하지?”


예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던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을 숫자와 함께 우선순위로 정리하라는 어느 강연자의 말]이 떠올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어떤 순위로,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할지, 그리고 그 일을 하루 단위로 쪼개어 지금의 할 일을 철저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노트 2~3장을 빼곡히 적어냈고, 신기하게도 마음에 불안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지금 이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니까 말이다. 우리 마음의 불안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다스릴 수 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또 하나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아이들과의 관계다. 일에 치이다간 아이들에게 소홀하거나 예민 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첫째 아이는 예비 초등학생으로 규칙적인 학습을 시작했고, 정서적으로도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는 노트에 또 중요하게 해야 할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주기, 더 많이 뽀뽀하기,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기, 무한히 기다려주기. 엄마의 웃는 얼굴 많이 보여주기. 집안일을 소홀히 하더라도 가족들의 관계를 가장 먼저 챙기자.


매일매일을 잘 채워 사는 삶, 오늘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 그것을 기억한다면 어떤 일의 파도가 몰려와도 나는 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에게 내 일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이 시국에 일을 해내는 것이 참 무리지만,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내 걸음을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잔걸음일지라도 조금씩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천리를 가있을테니까. 그 확신을 갖고 모든 워킹맘들을 응원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칸쵸 안 줘도 엄마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