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맘때 두돌 전의 아이들은 음정을 구사하기보다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음정을 잘 따라 부른다는 것. 그리고 한 번 멜로디를 들으면 잘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설마, 우리아이가? 이런 마음도 들었지만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곰곰히 되짚었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4년 정도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 당시 막 돌이 된 첫째 아이는 공연장에 데리고 갈 수 없어서 시댁에 맡겨야 했는데,그런 제약 속에 둘째를 임신하면서 의도치 않게 뱃속 아기에게는음악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일명 라이브 음악 태교.
클래식 연주, 국악 연주, 거의 10회가 넘는 음악을 세웠고, 리허설까지 생각하면 아이에게 라이브 음악 연주를 꽤 자주 들려줄 수 있었다. 장구가 시원하게 연주하면 뱃속에서 아이가 발장구치는 게 느껴졌다. 뭔가 시끄러워서 거부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엄마 맘대로 해석해보자면 흥겨운 몸짓이었다.
그렇게 충분한 음악적 토양 속에 출산한 아이는 뭐가 다를까?
#1. 기본적으로 흥이 참 많다.
음악이 나오면 들썩이는 건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없겠지만, 유독 첫째와 비교해도 몸을 흔들어야만 하는 아이라고 느껴졌다. 신나게 몸을 흔들면서 본인만의 춤 세계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 태교 덕분인가? 싶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음표 하나하나 리듬을 타는 아이의 모습엔 몸치인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바이브가 흐른다.
#2. 아이는 자기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낸다.
뭐? 사랑이 시원하다고? 몸에 열이 많은 것도 아닌데, 아이는 늘 스킨십을 원하면서 엄마의 차가운 팔을 쓰담거린다. 특히 둘째는 반팔의 계절이 다가오자 껌딱지가 되었다. 왜 자꾸 팔을 만지냐고 물어보면 엄마 팔이 시원하니까요.라고 답하는 아들...
어제는 갑자기 "엄마! 사랑은 시원해요~" 란다.
사랑과 시원함의 뜬금없는 조합에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이는 당연하단 표정으로 "엄마 팔이 시원해서 자꾸 만지고 싶은 것처럼, 엄마 사랑도 시원한 거죠~"라고 답해주었다. 바쁜 일상을 틈타 내가 아이에게 내어줄 수 있는 팔에 아이는 충분한 위안을 느낀다. 나는 아이의 장꾸표정에 볼을 비비며 엄마도 널 사랑한다고 마음껏 마음을 쏟아부었다. 아이의 마음이 서로에게 깊이 새겨진 순간이었다.
#3. 멜로디 붙이기 좋아한다.
아이가 의외의 멜로디를 붙여 대답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피식거리거나 빵 터진다. 한 번은 30개월쯤, 밤잠을 재울 때였다. 아이가 도통 자지 않아서 "잘 시간인데 자야지~ 일어날 시간에 일어나고~"라고 당연한 잔소리를 했다. 그러더니 아이는 몇 번이나 "잘 시간엔 자야 해요? 일어날 시간엔 일어나야 하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엄~ 엄마의 당연한 답을 몇 번씩 확인하고는, 갑자기 멜로디를 붙여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자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픔이 담긴 '단조' 멜로디였다.
"잘 시간 되면은 자야죠~ 일어날 시간 되면은 일어나야죠~"
아주 심플한 문장에 아이 목소리가 덧붙여 참신한 곡이 완성되었다. 나는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아이의 감성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바로 핸드폰 음성 녹음을 켜고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반복적으로 담았다. 훗날 이 아이가 예체능 계통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어렸을 때부터 아주 신동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증거' 삼아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이 모든 건, 엄마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해석한 것이기에 정말 고슴도치 사랑이 지극한 엄마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저 음악이 아이가 살아갈 날에서 힘들 때 위로해주고, 기쁠 때 축하해줄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 영향력을 아주 늦게 깨달은 엄마로서 무수히 많은 음악 취향 중에 앞으로 본인만의 색을 잘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