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와 맞물려 층간소음의 이슈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좀 나아지려나?
지난 2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도 참 쉽지 않았다. 특히 긴급 가정 보육을 해야 하는 순간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들과 집에서 답답하지 않게 재미있게 놀아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면서도 같은 층에 사는 이웃집과 아랫집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을 찾는 것이 과제였으니까.
전에 올렸던 글처럼, 이웃 분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작은 엽서를 통해 우리 집은 현관문 너머 이웃분들과 소통해왔다. 덕분에 사회적 울타리가 조금은 넓어졌다. 아이들도 이웃집 문고리에 소소한 선물을 걸어두는 의미를 더 깊이 배운다. 단순한 심부름을 넘어 이웃분들을 살펴보고 먼저 다가가는 것에 제법 익숙해진모습이다.아이들의 사회성이좋아졌으려나.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이웃과 소통했고 얼마나 풍족함을 얻었는지 알리고 싶다.모두가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를 둬야했지만, 이웃과 정을 나누려는 노력은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사는 세상이 주는 따뜻한 보호 속에 나도 지키고, 우리 아이들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빼빼로 데이, 아이들 어린이집 친구와 이웃분들 동네 주민 분들에게 빼빼로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류별로 빼빼로를 주문해 아이들과 하나씩 까먹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맛 중에 단연 내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크런치 빼빼로! 바삭한 달콤함에 한 봉지가 순삭 하는 마법이... 다시 정신 차리고 숫자에 맞춰 포장을 서둘렀다.
저녁, 이웃집 문고리에 걸어두기 위해 봉지에 담고 작은 손편지를 썼다. 이웃집, 아랫집 문고리에 걸고,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나눠줄 것은 박스채 챙겼다. 부디 약소한 빼빼로의 달콤함으로 일상의 무료함과답답함이 잘 풀리길 바라며...
다음 날, 집을 나서려고 현관문을 여는데 우리 집 문고리에서 쾅 소리가 났다. 이게 뭐지? 바깥 문고리에 걸린 롤케이크 쇼핑백이 부딪힌 소리였다. 그리고 문 앞엔 미처 걸리지 않은 과자 봉투가 놓여있었다. 모두 이웃분들이 지난밤 혹은 이른 아침 챙겨준 것들이었다.
우리는 각자 현관문을 굳게 닫고 있을 뿐,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동료란 생각이 강하게 든 순간이었다. 그래서 용기 내 건넨 말 한마디에도 따스함으로 반응해주는 좋은 이웃인 것이다.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은 이제 더 기쁜 마음으로 안부와 축복을 담은 선물을 걸게 된다. 연말엔 유자차세트를, 명절엔 한과세트를... 다음엔 뭐할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 생일 다음으로 중요한 날이지만, 이번은 바빠서제대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문을 열자 큰 박스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무선 조종기로 조종이 가능한 탱크였다.
"안녕하세요. 000호입니다. 어린이날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진심을 눌러 담은 포스트잇 한 장에 감동과 고마움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말문이 막힐 만큼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