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설명서(2)

1-1장. 실행하지 않는 계획의 천재 (계획은 정교했고 실행은 없었다)

by 텔미베베

나는 게으르지 않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철저히 계획적이고 실제도 정말 잘 세운다.

시간 단위로 쪼개딘 루틴, 구조화된 목표,

엑셀시트와 노트, 다양한 앱까지 총동원된다.

어떤 날은 계획 짜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계획은 실행되지 않은채 남겨진 경우가 더 많다.

거창한 루틴을 만들고 나서 며칠을 채우지 못하고

"이건 나랑 안맞는것 같아"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곤 한다.


나는 그렇게 완벽한 준비를 하면서도 정착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생각은 많았고, 실행은 없었다.


처음엔 그게 내 의지력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실패했던 이유는 '과한 계획' 때문이었다.


나는 현실의 나보다 훨씬 강한 나를 기준으로 루틴을 설계해왔다.

'이 정도는 해야지'

'이 정도는 가능하겠지'하며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틀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자책했다.


결국 나는 계획의 천재가 아니라,

실행을 피하는 완벽주의자였다.


그 좋다는 독서, 운동, 명상, 긍정확언

'좋으니까 해야지'라는 논리는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지'라는 다짐도 날 실행에 옮기게 하지 못했다.

유튜브 보면 다들 잘하는거 같은데 이정도면

나 정말 인간말종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다.


나는 철저히 '지금 하고 싶은가'라는 감정의 순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인데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다 그러는것인지 나만 한심하게 그러는 것인지는 아직 잘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한채 계속해서 이성적인 설계만을 고집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달리 나를 보려한다.

계획이 아닌, 감정에 반응하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기로.

완벽한 루틴보다 오늘 한가지라도 끝냈다고 느낄수 있는 작고 명확한 행동

그게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거라 믿는다.

믿고싶다(이것도 안되면 난 정말 구제불능)


나는 여전히 설계하고 싶고 계획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변화는 설계가 아니라 실행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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