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4월, 주변의 집들은 조경공사에 한창 열을 올렸다. 다른 공사들과 달리 조경공사는 식재가 가능한 시기가 대부분 봄에 한정되기 때문에 3~4월에 집중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 집은 다른 공사 때문에 이때를 놓쳐서 지금도 빈 마당으로 있다.
기본적인 조경은 양재 원예 시장부터 시작하는 듯했다. 발 빠른 이웃 집들이 원예 시장에서 받은 조경업체의 연락처와 카탈로그를 공유했다. 원예 시장은 본인이 원하는 나무에 운반비와 공임비를 추가하여 구매하는 형태였다. 업자와 직접 계약하는 반셀프 인테리어처럼 원예 시장에서 나무를 직접 구매하면 조경에 대한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은 대부분의 초보 주택러가 조경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적기 때문에 수목 선택과 그에 걸맞은 식재에 실패하여 절반 이상은 몇 달 내에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아꼈던 비용만큼 고스란히 잃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법. 전문가의 시공을 받은 집들은 나무가 죽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전문가의 조경시공을 받는 경우, 조금 더 조경에 욕심을 부릴 수 있다. 대형 수목의 식재에 도전하는 것인데,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고, 크레인으로 나무를 들어 올리는 어마어마한 과정이 동반된다. 포클레인과 크레인의 사용만으로도 몇백만 원의 견적이 추가되지만, 대형 수목은 작은 나무들보다 집 외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바꾸어 준다.
우리 타운하우스 단지에는 정말 예쁜 정원을 가진 집이 한 채있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수십 그루의 나무를 직접 심으며 애정과 사랑을 듬뿍 준 집이다. 정원이 예쁘다고 말하며, 요령을 물어보니 나무값(운송비와 인건비 포함)만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였다. 조경석 시공 비용을 추가하면 수천만 원이 될 터였다. 그러고도 중간에 나무가 많이 죽어 천만 원어치 나무를 추가해서 구매하고 작은 꽃들도 끊임없이 구입하여 정원을 채웠다. 보기 좋은 정원은 집 한 채 값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십 년 전부터 우리 동네에 살던, 꽃으로 가득한 작은 정원의 주인인 아주머니는 지금도 매년 꽃씨를 사다 심고 마당 빈 곳을 채운다. 그녀 또한 정원은 완성이 없다 얘기했다.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에 맞춰 식물을 심고 그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3년을 기다리며 보살펴주면, 내 마당에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타샤의 정원’을 보았다. 타샤 튜더는 지금 이 정원을 갖기까지 30년이 걸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빈 마당을 보며 지내는 일 년은 조금 쓸쓸했지만, 이웃들의 경험은 고스란히 나의 자산이 되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시간과 애정을 쏟는다면,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겠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