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게 비효율적인 삶
타운하우스로, 시골로 이사한 스스로를 원망하며 몸부림을 치다 보니 시간은 저절로 지나갔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거리는 멀었다. 바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이사를 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지나가는 감정인지 진짜 감정인지도 확인해야만 했다. 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타협안을 찾기 시작했다.
노트를 펼치고 시골살이의 장단점을 적었다. 단점은 거리와 이동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거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꾼다면, 더 이상 단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이 보였다.
그때쯤 브런치를 시작하며 십 년 이상 쉬었던 글쓰기가 버겁다는 걸 느꼈다. 글쓰기의 물꼬를 틀 글쓰기 수업을 알아보는 중 고수리 작가님의 ‘고유글방’을 접했다. 다른 수업들과 달리 낮 시간의 수업이었다.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출장이 잦은데 마침 출장도 겹치지 않았다.
문제는 수업하는 곳이 상수동이라는 것. 무려 2시간이 꼬박 걸렸다. 왕복 4시간,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무시하기로 했다.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더욱 여유를 가져야만 했다. 이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전자책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긴 긴 시간만큼 읽은 책 목록이 쌓여갔다. 하루가 빠듯한 날도 있었지만, 글쓰기 수업은 보람찼다.
요즘은 주 1회 심리상담 공부를 하러 신도림에 가기도 하고, 유명하다는 논현동의 병원도 이유가 있어 종종 간다. 모두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먼 곳도 아니다. 이제는 그저 갈만한 곳이다.
조금씩 시골에서의 삶에 적응하고 있다
답답하고 느린 리듬의 박자였다. 삶의 효율성보다는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이전의 도시생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비효율적인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