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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May 06. 2020

그렇게 아프고 나면

나는 나를 돌보는데 곧잘 소홀해지고, 그러면 둔하게도 마음보다도 몸이 먼저 아파서 며칠을 이유도 모르고 끙끙 앓는다. 나에게 있어 '자유'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어렵게 찾아서 끄집어내어야 하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 내가 자유로운지를 아는 게 너무도 어렵다. 내 자유가 누군가에게 상처는 아닐지 두렵다. 그래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힘겹게 한번 꺼내는 형태다. 


밤낮으로 사흘을 넘게 두통에 시달리다, 결국은 집을 나왔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차를 몰며 나에게 물었다. 


"힘들었니?"

"응."


오랜만에 만나는 나는 좀처럼 속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 안의 나는 어찌 보면 버티듯이 견뎌왔나 보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힘든 것들을 하나둘씩 꺼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실 땅을 보러 다닌 일과 최근에 달라진 육아의 형태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거절하지 못하는 두 사람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좀 더 넓은 집으로의 이사는 이렇게 막연하게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집을 짓는 것도 아니었다. 인적이 드문 산으로 들어가는 일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아니라고 여러 번 표현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거친 산 길을 들어가곤 했다. 힘들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또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내가 있었다. 


그들의 행복을 바라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나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선에서 조정을 해야 나는 이 괴로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 진심으로 이렇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방으로 들어가 끙끙 앓고 있는 내 모습은 항상 최악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알려면, 모르고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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