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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May 23. 2020

응원과 위로 사이

조언과 충고의 연락은 당분간 사절합니다.

근래에 들어 매일같이 주변 지인들의 안부 연락을 받고 있다. 그들의 안부는 모두 같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는 않은지, 잘 지내고 있는지.


전화를 받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물론 나는 잘 지내고 있지 않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며, 그와는 별개로 사무실 월세의 절반과 직원의 월급 일부를 대출로 충당하고 있다. 세 명의 직원은 회사의 사정과 충분하지 않은 월급을 이유로 퇴사를 원하는 분위기이며, 항공사와 거래처의 환불이 원활하지 않아 대표를 맡은 남편은 승객들의 컴플레인을 수시로 감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그들의 전화는 당연하다. 최근의 소식에 여행업계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니 내가 걱정스러울 터이다. 힘든 시기에 마음을 써서 위로해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의 방식은 사람마다 참으로 달랐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0년 지기 친구의 문자였다.


뉴스 나온 거 보면서
네 생각했는데
나 말고 주변에서 얘기 많이 들을 것 같아
나까지 거들진 말아야지 하며 기다리고 있었어.
이래저래 상황이 많이 좋지 않겠지만,
언젠간 코로나도 물러날 테니
좋은 날 기다려보면서 힘내.


요즘 나의 마음을 가장 섬세하게 간파한 그녀의 연락에 나는 조금 울컥했다. ‘나까지 거들진 말아야지’라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 그 흔적이 고마웠다. 간혹 묻는 안부는 짐이 되지 않지만, 지금 같이 정말 힘든 시기에 몰려오는 다정하지 않은 안부는 위로가 아닌 위협이 되기도 한다. 자기 연민에 빠지기 딱 좋은 상태로 나의 감정을 조성시킨다. ‘내가 이 정도로 힘든 상황인 건가?’ 위로는 커녕 근심을 더하고 보텐다.


위로는 본인의 생각이 아닌, 위로를 원하는 타인의 입장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위로를 받아야 하는 타인이 나누고 싶은 얘기를 물어봐 주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어려움이 너에게 얼마나 힘든지를 물어봐주는 것이 먼저이다. 타인이 그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더 물어보지 않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더욱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의 상황에서 본인이 취할 행동을 조언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위로받는 자의 마음을 더 혼란하게 할 뿐이다. 당신이 이 상황을 더 진취적으로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충고는 싸울 힘이 없는 사람에게 당장 훈련을 시작하라는 것과 같다.





오늘도 친정엄마는 당장 동네의 아이들을 모아서 과외를 시작하라고 하셨다. 너는 좀 적극적인 모습이 부족하지 않냐고 하시면서.


나는 힘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나의 작고 사소한 인간의 자율성을 지키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존엄함을 지킬 것이다. 그것이 코로나 이후의 나에게 최선이 될 것을 믿는다.



그래서


진정한 위로가 아닌

조언과 충고의 연락은 당분간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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