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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Aug 13. 2020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흘러가는 대로

며칠 전 아는 후배의 전화가 왔다. 항공사 사무직으로 근무해서 휴직과 단축근무를 번갈아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나의 안부와 후배의 안무를 번갈아 물었다. 서로가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행히 후배는 소일거리로 주변인에게 본인이 쓰던 모 브랜드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을 겸하게 되었다고 알렸다. 월급이 모두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정말 잘된 소식이었다. ‘잘됐다’를 연발하며 그렇게 얘기했다. 꼭 뭘 하려고 맘먹고 하는 게 아니라, 흐르는 대로 그렇게 기회가 주어지면 하면 된다고. 내 마음이 무겁고 힘든데 무턱대고 할게 아니라, 내 마음에 그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시작하면 된다고.


얼마 전 남편에게 우리 집을 에어비앤비에 내놓고 가까운 곳에 저렴한 전세를 들어가자고 말했다. 앞으로 이어질 2년은 분명 변변한 수입이 없을 테니, 지금의 삶을 조금 양보해 우리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마침 우리는 관광도시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남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나의 생각에 동의했다. 시골이라 전세 매물이 별로 없지만, 이번 주 주말에는 옆 동네로 매물을 확인하러 갈 참이다.


장마동안 흐드러지게 피었던 나리꽃


코로나로 가계가 어려워진 이후, 앞으로를 고민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너무 힘든 일들은 선뜻 실행되지 못했다. 우리 집을 팔고 땅을 사자는 남편의 생각은 날 힘들게 했다. 주변인들이 공부를 더 하라고 한다거나, 이 참에 학원을 차리는 건 어떠냐는 말은 내 생각이 아니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른 뒤, 여러 가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가 잘 될지 아닐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흐르는 대로. 마음에 받아들여진다면, 그로 인해 힘겨운 상황이 온다 해도 버틸 수 있다. 그 힘든 상황 또한 받아들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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