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내 연락을 피하는 듯했는데 그 이유를 얘기했다.
나 때문에 생긴 엄마의 감정을 감당하기 벅찬 듯했다.
나의 행동에 대한 언니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각자의 감정은 각자의 것,
내가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억울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것 또한 나의 감정, 울어도 되는 것이다.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해보니
몇 달간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덜 아프게 할 말을 골랐을 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그거면 됐다.
나를 위한 배려는 그걸로 이미 너무나 충분하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더라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나다.
언니도 그렇다. 내 맘은 좀 아파도 그런 언니가 내 언니다.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고 살고, 그것 또한 사랑의 일부이다.
엄마도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어떻게 나를 키웠던, 어떻게 힘들게 살아왔던
그걸로 인해 우울함을 가진 딸과
자기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
변하지 않는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도
엄마가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할 관용이 생기길 기도한다.
그렇게 인생이 조금은 덜 괴로웠으면 한다.